[예병일 칼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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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입력 2021-05-26 19:21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칼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남성 듀오 '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의 가사다. 하덕규가 함춘호와 함께 1986년 내놓은 2집 앨범(푸른 돛)에 실렸었다. 얼마 전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의 영상을 유튜브로 보다 함춘호의 기타 연주에 박학기와 장필순이 부른 노래로 오래간만에 들었다. 한 번 보시면 좋겠다, 선율, 가사, 음색, 모두 아름답다. 듣다 보니 가사가 특히 새롭게 와 닿았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그게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이란다. '제자리'….
세상 모든 것에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제자리'가 있다. 대통령의 제자리가 있고, 국회의원의 제자리가 있으며, 장관, LH 등 공기업 직원, 판사, 검사, 경찰 등 모두에게는 제자리가 있다.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 개개인은 혼돈에 빠지고 사회는 갈등이 커지며 나라는 쇠퇴한다. 지금 우리가 그렇다.

우리만큼 사회 갈등이 극심하게 표출됐던 미국 정치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평온'을 되찾았다. 대통령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제 미국의 대통령은 더 이상 트럼프처럼 주요 장관이나 백악관 참모를 불쑥 트윗을 통해 경질하거나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정책 사안을 트윗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대신 백악관과 부처가 주 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갖는다. 대통령도 자주 언론에 나와 국민과 대화한다. 미국정치가 제자리, '정상(normalcy)'으로 복귀한 셈이다.

내일 아침 또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을지 각오하고 잠자리에 들지 않아도 되니, '재미없는 대통령'일지는 몰라도 국민에게 '편안한 대통령'인 것은 맞는 듯하다. 주위 사람을 배려하고 원칙과 절차를 지키며 선을 넘지 않는 것이 품위라면, 미국의 대통령은 품위를 찾았다. '선진 민주공화정의 대통령'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비슷한 모습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을 언제 볼 수 있을까. 정치와 공공부문이 제자리를 찾는 것 말이다. 최근 잇따라 밝혀지고 있는 개발계획 내부정보를 활용한 공공부문의 부동산 투기 의혹들은 우리의 정치와 공공이 얼마나 제자리에서 일탈해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와 세종시 담당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각각 근무하는 공무원 형제가 세종시의 BRT 역 예정지에서 가까운 농지를 매입해 수사를 받고 있다. 행복청장까지 역임했던 다른 고위공무원도 수사 대상이다. 몇 달 전 터진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도 있다. 개발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공공부문인 국토부와 행복청, LH가 부동산 투기의 본체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들 말고도 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과 자치단체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더 근본적인 제자리 일탈들도 많다. 몇몇 검사는 공명정대한 수사가 아닌, 공직자인지 정치인인지 모를 정도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적인 발언을 하며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있다. 유력 정치인과 장관들이 보여준 수많은 후안무치, 내로남불의 행동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일들이 쌓이며 국민의 '공공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되고, 사회가 가치관 혼돈 상태로 빠지고 있다.

노래를 들으며 '제자리로 돌아간 대한민국의 풍경'을 상상해 봤다. 이런 모습일 거다. 대통령과 정치인, 공직자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낡은 이념이 아닌 현실의 국민 생활을 중시하며 소임을 다하는 모습. 자유 책임 공정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 선을 넘지 않고 품위를 지키며, 염치를 알고 잘못했으면 부끄러워하며 사과하는 모습. 그래서 편안한 정치와 활력 넘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미래를 향해 매진하는 모습.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그게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이고, 그 풍경은 결국 국민이 투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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