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칼럼] 이준석은 `임영웅`이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06/2021060202102269660001[1].jpg?var=3438 "[이규화 칼럼] 이준석은 `임영웅`이 아니다")
호랑이는 대중이다. 예고 없이 격랑을 일으키는 대중이라는 바다다. 대중은 사납다. 앞서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을 가차 없이 내팽개쳤다. 더 앞서서는 촛불이었다. 재보선의 표심이 좌파 집권여당의 오만, 독선에 대한 응징이었다면, 이준석 현상은 미디어가 자극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보수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것이다.
대중은 반역한다. 그래서 무섭다. 이들은 동질을 추구하는 평균인이라는 자아의식을 갖고 있어 소수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깊다. 소수의 리더십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 내로남불 위선으로 똘똘 뭉친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온 터에 적대적 공존을 일삼는 국민의힘의 행태를 이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대중의 힘은 신뢰할 만한 지도자가 부재할 때 특히 거세진다. 지금 한국 정치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신뢰할 만한 리더가 없다.
촛불시위로 전통적 규범적 제도적 리더십은 붕괴했다. 무너진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다시 규범과 제도를 세워야 하는데, 논쟁적인 문제이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지금 한국사회는 그럴 여유도 의지도 없다. 촛불과 탄핵을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그것 없이는 대한민국 정치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대중은 그래서 카리스마 리더십에 의존하려 든다. 그렇다면 과연 이준석 현상에서 카리스마를 발견할 수 있는가. 천부의 능력은 아닐지라도 어떤 신비한 아우라라도 있는가? 이준석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임영웅 팬덤과 비교해보자. 30대 청년이고 혜성처럼 스타로 등판했다는 점에서 이준석과 임영웅은 닮았다. 무엇보다 둘 다 '종편'이 키운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준석은 10년 가까이 종편 패널로 얼굴을 알렸다. 그의 '사이다' 발언은 흥행에 주효했다. 임영웅이 대중이 갈망하는 노래를 들려줬다면, 이준석은 대중이 원하는 신종 '패널 오락'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 둘은 너무도 다르다. 임영웅은 홀로 그 자리에 올랐다. 금은동수저에도 못 끼는 그는 뼈 깎는 연습과 훈련으로 미스터트롯의 관문들을 통과했다. 반면 이준석은 금은수저는 아니더라도 동수저는 된다. 그의 정치입문은 대중이 혐오하는 연줄과 운의 결과다. 아버지 친구인 유력 의원의 추천으로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됐다. 한 마디로 낙하산이다. 그에겐 머리든 팔뚝이든 근육을 써서 돈을 벌어본 이력이 극히 짧다. 더욱이 신화적이거나 미담적 요소가 하나도 없다. 이는 무엇보다 시대정신이라 할 만한 공정과 거리가 멀다. 평균적 동질성을 추구하는 대중에게 불공정은 독약이다.
임영웅 팬덤은 100만명 이상의 고정 팬들이 만든다. 임영웅과 그들 간에는 이해를 떠난 무조건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 그들은 대중이 아니라 '임영웅 종교'의 신도들이다. 반변 이준석에게는 임영웅 같은 카리스마적 영웅성이 없다. 대중의 반역에 언제든 노출돼 있다. 다시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을 빌리면, 앞선 선배들이 보였던 꼰대의 우쭐대기가 발견되는 즉시 그도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왜 하필 이준석이어야 하느냐는 반응이 인터넷 SNS에 많이 띈다. 이준석 신드롬은 반가우나 이준석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욕구가 이준석을 매개로 표출된 것일 뿐이라며 평가절하 한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원하는 야권 지지자들로서는 이 기이하고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를 내치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준석과 대중은 타협해야 한다. 이준석은 페이스메이커로 남고 새로운 리더 그룹을 찾아 바통을 넘겨야 한다. 그런 다음 '호랑이 대중'과 함께 제도적 리더십 복원에 나서야 한다. 그때 이준석은 영웅이 돼 있을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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