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방해를 받고 있는 대만에 대한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007'을 방불케 하는 극비작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내세워 대만 내부의 분열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의 소위 '흔들기'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250만회분의 대만 수송 작전을 극비리에 진행했고, 전체 물량이 무사히 대만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매체는 대만의 중화항공 B777 화물기가 지난 19일 백신 지원 물량을 싣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를 떠나 20일 오후 4시32분(현지시간)께 북부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며 그간의 지원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자유시보는 미국이 이번에 250만회분의 백신을 지원한 것은 이달 초 3명의 현직 미국 연방 상원의원단이 대만에서 75만회분을 밝힌 뒤, 미국에 돌아가 행정부에 추가 백신의 공급 필요성을 설득한 끝에 175만회분이 추가로 이뤄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당시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밋 롬니(공화당·유타) 의원이 중국의 백신 외교를 거론하면서 대만에 대한 추가적인 백신 공급을 미 정부에 공개 촉구하는 등 다수의 의원들이 힘을 보탠 것이 유효했다고 자유시보는 전했다.
주대만 미국공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가 올린 상황 정보 보고서도 지원 결정의 배경이 됐다. 이에 대만 내 코로나19 상황 악화, 중국의 다양한 대(對) 대만 전술로 흉흉해진 대만 민심을 파악한 조 바이든 행정부 내 고위층의 승인 아래 백신 지원 결정이 내려졌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황제정 담강대 전략대학원 부교수는 미국이 이번에 백신 지원에 나선 것은 양국의 관계가 긍정적이며 안정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만 사회가 정부의 백신 구매 능력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는 등 코로나로 인한 대만의 분열상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만에서는 전날까지 코로나19 확진 1만4005명, 사망 549명이 각각 나왔다.
앞서 이달 초 태미 덕워스(민주당·일리노이), 댄 설리번(공화당·알래스카), 크리스토퍼 쿤스(민주당·델라웨어) 연방 상원의원단은 미 공군 C-17(글로브마스터) 전략수송기로 대만에 도착해 백신 75만 도스 제공을 약속한 바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