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3040세대들의 부동산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을 내 투자)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나라의 금융 불균형 현상이 코로나 19 이전 대비 더 심각해져 자칫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대내외 충격을 받으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금융안정보고서를 내고서 현재 한국의 금융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미래 주택가격 상승률의 조건부 분포를 추정했다. 전체 가격 분포 중 하위 5% 값을 주택가격의 하방 리스크로 정의하고 금융 불균형이 쌓였을 때 이 하방 리스크가 얼마나 심화하는가를 계산했다. 계산에는 현재의 주택가격, 시장금리차, 신용 레버리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등 요인이 들어갔다.
분석 결과 금융 불균형 누증에 따른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가 작년 1분기 이후 크게 확대됐다. 요인별 기여도를 보면 단기적으로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이 높아진 점, 중장기적으로는 누적된 신용 레버리지가 하방 압력으로 주로 작용했다.
한은은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선호 성향이 강화된 가운데, 일부 자산 가격은 고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택가격은 장기 추세와 소득 대비 비율(PIR) 등 주요 통계지표를 보면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상호금융의 비주택 담보대출도 증가세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상호금융 비주택 담보대출은 2019년에 7.7% 늘어난 데 비해 작년에는 13.5% 증가했다.
한은은 "2017년 이후 비주담대 증가액의 87%가 기업대출이고, 부동산·건설업, 시설자금 대출이 많다"며 "부동산 개발·임대 관련 투자 수요가 비주담대 증가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아파트 시장의 큰손을 꼽으라면 단연 30대다. '이생집망'(이번 생에서는 집 장만이 불가능)에서 반드시 탈출하겠다는 이념 하나만으로 30대들은 영끌이나 빚투로 아파트를 장만하고 있다. 올 들어 1∼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2만69건 중 30대 매입 비율은 7358건으로 약 37%를 차지하며 40대(5340건, 27%)를 앞질렀다.
30대의 아파트 매입이 활발한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무섭다. 이 지역은 정부의 2·4 공급 대책 이후 주간 상승률이 0.09% 안팎이었다가 4·7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0.16% 이상으로 급등하며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 상승률을 추월하더니 지난달 첫 주 이후부터는 서울 전역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인기 지역으로 거듭났다. 압구정·여의도·목동 등과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서 제외된 데다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이 매수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기준 노원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660만원으로 서울지역 평균인 9억1712만원보다 4억원 이상 낮았다. 30대 못지않게 집값이 높은 강남 3구나, 용산구, 강동구, 양천구, 광진구 등에서는 40대의 매수세가 강하다.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 거품이 언제든 꺼질 수 있다며 주택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도 자산 시장이 과열되어 있고 과열 배경에는 저금리 기조와 과잉 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며 "또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펀더멘털에 이상이 생기든 금리가 급격히 오르든 거품이 꺼지게 되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셋값 대비 집값 상승률,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어난 점, 경제 소득 증가율에서 집값 상승률이 문재인 정부 들어 과도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집값 거품이 상당히 쌓여 있다고 보여진다"며 "이 거품은 언제든지 꺼질 수 있고 거품이 빠지면 부동산뿐만 아니라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이야말로 폭탄을 껴앉는 것이라며 투자자는 주택 매입에 신중해야 하며 정부는 부동산 폭락에 대비하는 전략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