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재난지원금 등에 쓰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최대 30조원대로 검토하면서 올 하반기까지 정부가 확고한 재정확대 기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내수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통화긴축에 대한 신호를 보내면서 하반기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민간소비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난지원금 등 과도한 현금성 살포를 지양하고, 내수 회복에 필요한 선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는 30조원 초반이 될 것 같다"며 "초과세수를 내년으로 넘기는 것보단 지금 사용하는 게 완전한 회복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기회복 차원에서 확장재정 기조를 올 하반기까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 세수가 올해 1~4월 누계로 전년 동기 대비 32조7000억원을 더 걷혔다. 정부는 이 초과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할 방침이다. 여당은 최근 소상공인 피해 지원과 소득 하위 80% 이하 재난지원금 지급, 30만 원 한도의 10% 신용카드 캐시백 등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해 경기를 부양할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이번 추경 활용은 소비 진작책을 통한 경기활성화에 무게를 뒀다. 소비쿠폰, 캐시백, 현금지원으로 민간 소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우리나라 통화 움직임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재정투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10월경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내수가 회복되기도 전에 통화 긴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되레 민간소비가 꺽일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기 회복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미국과 달리 최근 우리나라는 원유도입 단가 등 생산자물가가 오르고 작황부진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높아지고 있다. 대외적(미국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보장이 없는 이유다. 또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가장 큰 우려는 가계대출이다.
현재 분기별 가계의 원리금 이자가 47조원에서 50조원에 이르는 만큼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부담이 증가해 민간소비가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가계대출에서 절반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고 주택담보대출의 40%는 거치식 변동금리대출이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코픽스가 변동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금리인상에 민간소비가 크게 제약될 것으로 전망되는 와중에 정부가 단기성 소비진작을 위한 대응책만 내놓고 있어 비판이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보다는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갈수밖에 없는 환경하에서 재정정책이 맞물려서 경기회복을 경기를 회복시킬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의 엇박자의 기간이 길지만 않는다면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급변하는 등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작년에 재정을 너무 많이 풀어서 재정건선성이 급격히 나빠진 상황이어서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정 재정정책을 하려면 재난지원금같은 현금성 살포가 아닌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