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제주 찾은 이준석 대표 전기차에 태운 채 50분 정치 환담
"은둔형·수동적인 文, 운동권에 붙잡혀 국정 장악했나 의문…'소주성'도 시장원리 이해 없어"
이재명엔 "현금살포로 경제 파국, 헌법파괴·자유억압 文보다 막가파" 공세
원 지사는 이날 제주도를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전기자동차에 태워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제주시 신재생에너지홍보관까지 운전하는 과정에서 약 50분간 정치현안에 대해 대화하던 중 이같이 말했다.
원 지사는 문 대통령을 대면한 경험을 들어 "시·도지사 협의 때 많이 만났는데 은둔형이다.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속을 터놓는지 수동적이란 느낌"이라며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건지, '586 운동권' 집단 안팎으로 붙잡히지 않았는지 그런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아울러 '은둔형 대통령과 팬덤 정치'가 공통점이라고 주장해 왔다.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원 지사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에도 획일적인 노동시간,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등 경제현실이나 시장원리에 대한 이해 없는 정책을 4년 내내 밀어붙였다"며 "일자리, 경제 전체가 가라앉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이) 처음에 정치개혁·적폐청산 분위기로 갔는데 너무 오래 했다"면서 "국민 갈라치기 하고 때려잡는 이미지로만 비치고 있다"고 호응했다. 아울러 "경제학개론과 싸우지 않았으면 한다. 개론만 배워도 임금정책 하나로 경제를 선순환한다는 것은 피상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국정의 유연성을 두고도 원 지사는 "(문 대통령이 보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FTA, 미국 파병 등 국익과 경제현실은 인정했다"며 "(노무현 정부가) 현실을 인정했다가 나중에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는 것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누가 뭐라든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갈 길을 간다"고 했다.
원 지사는 "이 지사는 '문 대통령과 다르다', '좌고우면 안 한다' 등 문 대통령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들고나올 것"이라며 "이 지사가 문 대통령과 다른 지도자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는) 행운 가까운 게 따랐다"며 "성남시장으로 정치를 시작했는데, 판교 등에서 많이 걷힌 법인세로 시혜성 복지정책을 펼치면서 인기가 올라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원 지사는 기본소득 등 '이재명 표' 정책을 겨냥해 "이 지사 말처럼 한 달에 4만원, 1년에 50만원, 국가 전체로 26조원을 현금다발 뿌리듯 살포하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푼돈이고, 국가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거액"이라며 "이재명식 무차별 현금 나눠주기가 산업정책을 뒤엎는다면 대한민국은 경제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나아가 그는 이 지사가 정치적으로 비(非)타협적이라고 꼬집으며 "헌법 파괴, 자유 억압이 문 대통령보다 한술 더 떠 막가파로 간다. 막아야 한다", "민주주의 파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등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권교체를 두고는 원 지사는 야권 단합을 강조하고, 이 대표는 당 자강론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원 지사는 "야권은 예측 불가능한 게 있고 정해지지 않은 게 많다"며 "원팀으로 전력을 잘 만들고 국민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당이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강하다"며 "정치개혁 중심" 행보와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담론)"를 당부했다. 대화 말미에 이 대표가 "국가에 대한 고민을 제주도보다 넓혀서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원 지사는 "닥치고 정권교체 해야 한다. 분발하겠다"고 답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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