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올들어 2600명 떠나
신한서만 350여명 빠져나가
인력 확충 인터넷銀 '블랙홀'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만 25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여기에 이달 추가 신청을 받은 신한은행의 두 번째 희망퇴직 접수 인원은 13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최종 퇴직 의사 등을 묻는 등 추가 확인 과정을 거쳐 7월1일 자로 최종 인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통상 은행 희망퇴직은 신청자의 의사가 변경되지 않는 한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올해 신한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6개월여 만에 35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퇴직 규모까지 더하면 올해 전체 은행권 희망퇴직은 3000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가 늘어난 것은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영업점을 축소하고 비대면 업무를 확대하는 가운데 핀테크 기업 등에서 '인생 2막' 준비를 서두르려는 40, 50대 직원들의 희망퇴직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원 블랙홀로 꼽히는 곳은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과 인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다.
토스뱅크는 올 9월 출범을 앞두고 10개 부서에서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토스뱅크는 이번 채용으로 인력 60여명을 충원해 총 200여명 규모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이달 말까지 두 자릿수 직원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달 다수 투자자로부터 1조2500억원 규모 자금을 확충하는데 성공했다. 케이뱅크는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중금리 대출을 늘릴 계획인데, 이때 필요한 인원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인력 늘리기에 한창이다. 올 초 세 자릿수 채용 계획을 밝힌 이후 현재까지 100여명을 채용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인력 규모는 1000명이 넘어섰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은행의 종합감사를 받아야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은행권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은행 종합감사에서 기준 미달을 받으면 앞으로 영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은행권 수준의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목적에서다. 앞서 가상자산 관련 금융사고 연루 가능성으로 은행들은 거래소 감사 기준을 엄격하게 본다고 예고한 상태다.
은행들은 기존 보안 시스템 외에도 거래소의 지속 경영 가능성, 사회적인 평판까지 제휴 기준을 마련하면서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물론 현재 은행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 대형 거래소들도 감사 기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 검증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영업을 못하게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거래소들은 내부통제 기준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는 추세다. 앞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7월 개발을 완료한 자금세탁방지(AML·Anti Money Laundering) 솔루션에 요주의 인물 식별·회원의 위험 평가·위험도에 따른 회원 관리 기능까지 추가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의 AML업무 경력자를 영입했었다.
중소형 거래소도 은행권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프로비트가 금융권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며 준법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등 은행권 수준의 통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프로비트는 자금세탁방지팀에 하나은행, 교통은행,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등 국내외 주요 금융권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전문가를 영입해 은행 수준으로 통제 시스템을 갖췄다. 빗썸과 코인원에서도 지난해부터 준법감시실 등 관련 인재 채용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에 따라 금융사고 방지 목적으로 제1금융권에서의 업무 경험이 많은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며 "거래소들이 은행들의 검사를 받는 만큼 관련 부서 출신을 선호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윤형기자 ybr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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