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소망성과 실현가능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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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소망성과 실현가능성 사이

   
입력 2021-06-30 19:48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칼럼] 소망성과 실현가능성 사이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정책은 정부 개입을 통해 현재를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로 바꾸려는 시도다. 고위 정책결정자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합의한 상태를 만들어 낼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래서 정책은 결국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되어 소망하는 상태와 가용 자원과 기회, 환경 등을 종합한 실현가능한 상태의 사이에서 결정되고 추진된다.


한번 결정된 정책이라도 결코 고정 불변은 아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책의 타당성과 시대적 정합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결정 당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나 변수를 뒤늦게 알게 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처음 결정 당시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고, 상황 자체가 변하여 기존 정책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정책은 집행 중에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재결정해야 하는 결정의 연속적 과정이다.
필자가 정책학의 기초 지식을 굳이 여기서 반복해 설명하는 이유는 현실의 정책결정자들이 가끔, 사실은 매우 자주, 이러한 정책과정의 기본을 잊고 정책수정의 적기를 놓침으로써 정책 자체를 실패하거나 때로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기존 정책의 고집이 우리 사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살펴보자.

역사상 가장 심각한 정책수정 실패는 뭐니뭐니해도 산아제한 정책의 전면 폐기였다. 과거 보릿고개에 굶어 죽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식량조차 자급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부는 산아제한정책을 적극 추진하여 인구증가율을 억제하고자 노력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를 거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1980-90년대)라는 표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산아제한 정책이 오랫동안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1970년대 중반 이후 출산율이 꺽이고 있었는데도 산아제한이 계속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 비로소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로 넘어갔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합계출산율 0.84라는 최악의 저출산 문제로 악화되고 있다.



최근의 정책수정 실패의 대표적 사례는 탈원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원전 1호기 폐로식에 참석해 발표한 느닷없는 '탈핵국가'선언으로 시작된 탈원전 정책은 유례없는 무지막지한 정책으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 정부는 기저전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 원전기술과 산업을 하루아침에 포기하고 우리 자연환경에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태양광과 풍력을 기반으로 한 신재생에너지를 기저전원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고 원전 폐기물이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원전이 가장 친환경적이며 경제적 에너지원이라며 원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셀런버거는 "핵폐기물은 그 누구도 해치지 않지만, 태양광 패널에 포함된 중금속은 절대 분해되지 않고, 풍력발전기는 동물의 서식지를 줄이고 많은 조류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에 탈원전 정책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2018년 대비 64배로 키워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전에 의한 전기생산 비중을 현재 23%에서 7%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것으로는 전력공급이 불안하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겠다는 계획도 포함시켰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탄소제로를 달성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을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다.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수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면서 말도 되지 않는 탄소중립계획까지 만들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는 결국 정책과정의 기본을 망각하고 신재생이 친환경이라는 무식에 사로잡힌 결과이며, 정책수정이 문재인 정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탈원전 정책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임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으니 과거 산아제한 정책의 수정 시기를 놓쳐 이어진 엄청난 인구절벽으로 대한민국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재현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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