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영화에 음악을, 음악에 영화를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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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영화에 음악을, 음악에 영화를 입히다

   
입력 2021-07-01 19:36

프랑스 인상주의 후예 영화 음악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스타워즈' 듣고 영화음악가 길로
아카데미 시상식서 두번의 음악상
'그랜드부다페스트…'로 韓서 유명
영화는 한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
캐스팅 마음에 안들면 애초 거절


[객석] 영화에 음악을, 음악에 영화를 입히다
ⓒ(주)영화사 진진


인터뷰-프랑스 인상주의 후예 영화음악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그리스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그는 그리스·프랑스의 민속음악, 미국 스타일의 재즈를 들으며 성장했다. 다섯 살에 처음 피아노를 시작해 트럼펫과 플루트를 공부했다. 요가를 가르치던 어머니는 그에게 "호흡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강조하셨다. 플루트를 불던 청년이 왜 갑자기 펜을 잡고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을까? 데스플라는 존 윌리엄스(1932~)의 '스타워즈'를 듣고 영화음악가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그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신의 시작점부터 이야기해보자. 존 윌리엄스의 무엇에 매료된 건가?

-존 윌리엄스는 나의 가장 좋은 본보기였다. 그는 클래식 음악·재즈·월드뮤직의 구조를 익혔다. 젊은 작곡가가 어떻게 자신만의 길,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지를 보여줬다. 그의 작품을 보면 단순하면서도 기교적인 부분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영화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인 것 같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나의 첫 작품이다. 덕분에 더 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으며, 위대한 예술가, 영화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이후 대서양 양쪽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유럽과 미국을 넘나들며 작업했다.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당시 '인터스텔라'의 한스 짐머(1957~)를 누르고 수상했으며, 이후에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영화음악 거장 모리코네도 이 상을 단 한 번 받았으니 의미심장하다.

-오스카상 수상은 어느 영화 제작자에게나 최고의 보상이다. 이 영광을 충분히 누리고자 한다.

△젊은 시절,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글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극작 경험이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는데 어떠한 도움이 됐나?

-20세 때부터 극장에서 글을 써왔다. 덕분에 배우들의 목소리, 작품의 드라마투르기 등 많은 부분을 알게 됐다.

◇영화, 한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

데스플라는 인상주의 대표 작곡가 드뷔시를 닮았다. 인상주의 음악은 주로 음색을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 표제음악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이유는 보다 암시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참여한 영화 '탄생'을 보자. 4분간의 오프닝 음악은 숨 막힌다. 특별한 사건 없이 앞으로 펼쳐질 긴 이야기를 오롯이 음악으로 보여준다. 음악은 직선적이기보다는 은근하다. 한없이 느슨하지만 구심점은 분명하다. 아, 이것이 드뷔시의 후예가 아니면 무엇일까. 데스플라는 드뷔시의 뒤를 잇는, 가장 '프랑스적인 현대음악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는 영화감독 자크 오디아르, 웨스 앤더슨, 조지 클루니 등 이미 함께한 스타 감독들과 지속적으로 작업해왔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협업한 감독 웨스 앤더슨(1969~)은 한 인터뷰에서 "(데스플라의 음악은) 이야기에 통일성을 부여해 주고, 영화의 색채를 잘 살려준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건, 아마도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영향이 클 테다. 그림 같은 영상미에 더해진 음악은 영화의 색채를 부각시켰다. 작품을 택할 때 대본을 우선시하는지, 영화감독의 연출을 우선시하는지 궁금한데.

-나 역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보는 걸 좋아한다. 영화 속 이미지는 대본보다 더 큰 영감을 준다. 감독과의 충분한 대화로부터 모든 출발이 결정된다.

△'영화음악'은 영화가 화제가 되어야지, 음악도 함께 주목받는다.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인들에게 반응이 좋은 영화 스타일이 있는가? 일례로 최근 한국 젊은 관객은 영상미에 관심이 높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색감 때문에 더 주목을 받았고.

-아무리 훌륭한 악보라고 할지라도 평범한 영화에서는 거의 주목을 끌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의 비범한 비주얼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흔히 음악의 무드로 작곡가의 성격을 유추하기도 한다. 예컨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장난스러운 면모를, 말러의 음악을 들으면 완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당신의 음악을 들으면 신비스러운 감정이 드는데,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생각하나?

-아, 그건 당신이 나에게 알려주면 좋겠는데!

△다큐멘터리 영화 '셰이프 오브 뮤직: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를 통해 당신의 비밀스러운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팀을 꾸리지 않고 모든 작업을 혼자 한다고.

-스튜디오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나의 작품은 대본과 연결되어 있다. 집단이 모여 예술을 만드는 형태에 익숙해져야 한다. 결국 나는 전체의 한 요소일 뿐이며, 그것을 명심하려고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후에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뮤지션을 만난다.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 건 모두가 함께 한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일 테다. 그래서인가. 캐스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애초에 작품을 거절한다고 들었다.

-멋진 영화를 만드는 건 정말 어렵다. 대본이 좋으면 영화 참여를 수락하지만, 모든 작품이 성공하기란 어렵다. 현실은 잔인하다. 위대한 영화는 희귀한 보석이다.

△배우자인 솔레이가 리더로 있는 트래픽 퀸텟도 꼭 언급해야겠지. 1995년에 창단된 이 팀은 당신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녹음에 계속 참여해왔는데.

-바이올리니스트인 솔레이(Solrey)는 나에게 현악기 작곡에 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솔레이는 클래식 음악과 현대음악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종종 나의 작곡의 결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그녀는 첫 번째 청중이다. 솔레이의 까다로운 예술적 감수성은 나의 음악적 기준을 높이는 열쇠다.(트래픽 퀸텟은 솔레이·티볼트 비외(바이올린), 에스텔 빌로트(비올라), 라파엘 페라우(첼로), 필리프 노아레(더블베이스)가 함께 활동한다)

◇'공기의 흐름'을 새롭게 담아내다

지난해 데스플라는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와 협업한 '에어라인' 음반을 발매했다. 자신의 대표 영화음악을 플루트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한 앨범이다. 사실 그는 이전에도 피아니스트 랑랑을 위해 3개의 피아노 연습곡을 작곡한 바 있다. 데스플라는 오랜 기간 트럼펫과 플루트를 배웠기에 '바람의 특수성'을 잘 이해한다.

△어린 시절부터 플루트에 대한 애정이 깊었는데, 이번 음반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솔레이는 에마뉘엘 파위,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나의 음악, 콘서트를 하나로 묶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녹음부터 믹싱, 앨범 커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행을 이끈 멋진 리더였다.

△파위는 어떠한 특징을 가진 플루티스트인가?

-소리가 독특하다. 인토네이션은 완벽하고, 음악에 대한 이해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에어라인'은 파위의 재능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편곡을 진행했다.

△이번 음반 녹음을 함께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는 여러 번 호흡을 맞춰왔다.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녹음을 진행했고, 2018년 라디오 프랑스 오디토리엄에서 콘서트를 함께 개최했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뷔시 작품을 지휘자 장 마르티농(1910~1976)과 함께 녹음한 프랑스 최고의 악단이다.

△영화음악을 녹음할 때 직접 지휘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까이에서 연주자들에게 나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건 특별한 순간이다.

△관심 있는 한국 영화감독이 있는지도 궁금한데.

-한국에는 흥미로운 감독들이 많이 있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데, 그들에게 소식을 전해줄 수 있나?

△마지막으로 이번 인터뷰는 파위도 참여한다. 그에게 한 마디 한다면!

-에마뉘엘! 타파넬과 고베르의 에튀드를 끊임없이 연습하기 바란다!

글=월간객석 장혜선기자

사진=워너클래식스·영화사 진진

[객석] 영화에 음악을, 음악에 영화를 입히다
ⓒ(주)영화사 진진

[객석] 영화에 음악을, 음악에 영화를 입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Warner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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