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핀테크 소비자보호, 부담일 뿐인가

메뉴열기 검색열기

[이준희 칼럼] 핀테크 소비자보호, 부담일 뿐인가

   
입력 2021-07-01 19:39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준희 칼럼] 핀테크 소비자보호, 부담일 뿐인가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000년대 후반 시작된 본격적인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라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이 기존의 방구석 PC의 모니터에서 손안의 모바일로 급속도로 변화되어 왔다. MS사의 IE 중심의 웹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제공되던 서비스가 모바일 운영체제에 알맞도록 제작되어 배포된 독립형 애플리케이션(네이티브앱)으로 변경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핀테크 또는 금융서비스의 측면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 액티브X를 통한 각종 보안프로그램과 인증서구동프로그램을 수반하는 종합 백화점 형태의 금융회사의 홈페이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공간만 모바일로 변경해 구성된 금융회사의 앱(하이브리드앱)에 대비하여 간결한 화면구성과 혁신적인 사용성, 핵심적인 가치를 제시하는 핀테크회사의 앱이 경쟁해온 결과는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대중 이용자와 금융상품을 연결하는 채널 역할을 핀테크 회사 또는 플랫폼 회사가 선점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한 핵심적인 변화와 가치의 중심에 UX(User Experience), 즉 사용자 경험이 있다. 사실 이는 최근에 나타난 개념은 아니며 예전부터 HCI, 즉 인간과 컴퓨터간의 상호작용의 개념으로 출발해 사용자 인터페이스 즉 UI를 거쳐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총체적인 경험으로 확장된 개념이다. 사전적인 의미의 UX는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인 경험을 의미하는데, 인터넷 서비스가 태동되기 이전에도 각종 기계나 제조물품의 디자인이나 사용경험에 관해 사용성(usability)을 측정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웹이나 앱 기반의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그러한 서비스의 디자인이나 구성, 프로세스 등의 총합으로서의 서비스의 사용성을 측정하기 위한 개념으로도 발전되었다. 명확히 정의된 개념은 없으나,

실무적인 과점에서 보면 모바일 서비스의 UX의 의미는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고 구동하는 단계부터 최종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의 화면에서 얼마나 직관적이고 통일적이면서 사용자의 의식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매끄러운(seamless) 연결을 통해 이탈(leakage)을 최소화하면서 전환율(conversion rate)을 달성하는가의 관점에서 총체적 서비스 설계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서비스를 설계함에 있어 이러한 UX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작업은 전쟁과 같다. 개발의 난이도, 디자인의 통일성, 비즈니스적인 관점의 어려움 등 수많은 이슈를 조율해가면서, 사용성을 측정하기 위한 A/B 테스트를 매 인스턴스별로 실행하고 그 결과값을 분석해 구성을 설계해 나간다. 그런 치열한 고민에 따라 매일 수많은 서비스가 출시되지만 그 중에 압도적인 대중의 선택을 받는 서비스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와중에 최적의 사용성을 구현함에 장애가 되는 장애물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강제되는 각종 법적 및 규제적 장치들이며 그 중 핀테크와 금융산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규제이다.

금융서비스는 애당초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치밀한 규제에 따라 설계되고 승인된 상품을 소수의 인가사업자가 판매하는 형태로 제공되며 이는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이는 국가경제의 인프라적인 기능을 하는 업의 본질과 산업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의 폭발적인 확대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인데, 편의성과 사용성이 중시되는 핀테크의 흐름에 있어서도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이런 점을 고려하여 기존에는 개별 상품 (수신, 대출, 금융투자, 카드, 보험 등)에 대해 서비스 설계에 관한 업종별 규제, 그리고 판매 채널에 대한 모집규제를 따로 두고 있었다. 한편,




지난 3월 발효되고 계도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9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이러한 규제를 통합해 금융상품의 판매업자 및 대리중개업자 각각에 대해 적합성,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및 부당권유,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의 의무를 체계적으로 부여하고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등의 권리를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금융회사뿐 아니라 이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핀테크 사업자 또한 이러한 각종 이슈를 스스로의 서비스에 담아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다.

언뜻 보면 이러한 각종 규제는 사용성의 관점에서의 UX의 설계와 관련해서는 재앙과 같다. 더구나 위험기반(risk based)이 아닌 규제기반(rule based) 접근법으로 운영되던 금융규제와 제재 실무 하에서는 결국 기계적으로 이 수많은 내용들을 지겨운 체크박스와 드롭다운, 상세 팝업페이지와 링크의 형식으로 담아내야 하고, 이는 결국 실무적으로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이탈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법 시행 이후 왜 은행창구에서 펀드상품의 설명의무 페이지를 직원들이 기계적으로 몇십분씩 시간을 들여 읽어주고 있는가? 어떠한 내용이 핵심이고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소비자보호의 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건 회사의 역량의 문제뿐만 아니라 결과책임적인 기준으로 기계적인 규제준수만을 엄격히 따져오던 금융감독의 현실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비대면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기계적인 규제준수는 더욱 비현실적이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비즈니스의 확장과 사용자 편의성의 개선이라는 명제가 금융소비자보호라고 하는 강화되는 가치를 이겨낼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기업의 성장과 이용자의 확보, IPO 등의 사업적 목표 속에서, 기업 내부의 PO/UX부서와 준법감시 통제부서는 규제준수라는 숙제를 들고 다툼과 고민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약간 관점을 달리 생각해보면 어떨까? 금융소비자보호라는, 마치 데이터집약적 서비스에 있어서 개인정보보호가 그런 것처럼 금융서비스 그 자체에 내재된 가치라는 점에 착안해볼 필요는 없을까? 시장독점의 확대라는 속내가 있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프라이버시라는 가치를 본질적인 가치로 내세운 애플의 전략을 참고해 볼 수는 없을까? 만약 어떤 핀테크 또는 금융서비스가 금융소비자보호의 가치 지향성을 서비스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이 또한 또 하나의 유효한 사업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싸게 빌리기"나 "내 자투리돈 몇배로 불리기"와 같은 유혹적인 용어로 이용자를 끌어들여 매출을 늘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러한 서비스의 효용과 함께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위험을 보다 입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서비스의 신뢰도와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 물론, 이와 함께, 사고가 발생하고 민원만 나오면 규제의 기계적인 준수를 잣대로 결과책임을 물어왔던 감독당국의 규제실무도 바뀌어 나가야 한다.

UX 디자인에 정답은 없고 사용성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며 사람이 사물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금융서비스에 있어서는 자기의 소중한 자산을 예측 가능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하거나 스스로의 미래가치를 담보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채무를 부담하고자 하는 우리 개개인이다. 그리고 모든 금융서비스는 그 소비자를 보호할 법적 사회적 책무를 부담하며 이에 기초한 신뢰가 바로 그 서비스의 핵심가치일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