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윤희숙 가세... `2尹`, 야권 선명성 경쟁 주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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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윤희숙 가세... `2尹`, 야권 선명성 경쟁 주도할까

한기호 기자   hkh89@
입력 2021-07-02 09:12
'자유' 22회, '공정' 9회, '자유민주주의'·'법치'· '청년' 각 8회, '분노'·'상식' 각 7회, '창의'·'이권 카르텔' 3회, '약탈' 2회.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그의 시국 인식을 드러낸 어휘들과 언급 횟수다.


연설의 타겟인 '국민'이 31회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단연코 '자유'가 가장 많다. 검사 시절 전·현직 대통령과 정부의 '살아있는 권력'을 모두 수사 대상으로 겨누면서 상징 가치로 불려 온 '공정'을 배 이상 압도한 셈이다.
그 다음 순위가 '자유민주주의'로 이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기존 '여의도 문법'과 같이 말의 성찬에 그친 것도 아니다. 윤 전 총장은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며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유민주국가에선 나의 자유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도 마찬가지)"라는 견해를 선언문과 질의응답에서 거듭 밝혔다. 이에 더해 "(특정)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도 한계를 가지고 멈춰서야 하는 지점이 있다. '다수결이면 다 된다'는 철학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했다.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이 자유의 본령으로 제시한 '소극적 자유(negative freedom)'에 가까운 지향 가치를 밝히면서 다수결 원칙의 민주주의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분했다.



윤 전 총장의 이런 자유관(觀)은 제법 일관성이 있다. 그는 지난 5월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1주기 계기 메시지에서도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강조하며 "5·18은 어떤 형태의 독재와 전제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한다고 했다. 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신분일 때 언론 인터뷰에서 '가치관에 가장 영향을 미친 책'을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로 꼽았다. 총장 취임사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법 집행 역량을 더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신임 총장은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추가 설명자료를 냈다. 머잖아 '조국 사태'가 촉발되기 전까지, 시쳇말로 '서슬 퍼렇던' 권력의 문재인 정권의 핵심 요직자로 발탁되면서도 정권과 결이 다른 메시지를 발산한 것이었다.

그 연장 격인 이번 선언문에서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을 향해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며 "이 정권은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인가.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몸담았던 정권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폭로하면서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호소했다. 반(反)문재인 정권의 선봉장을 자처한 배경이 '국민 약탈'임을 드러낸 것이다. 질의응답에서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 한다'고 말한 배경도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한다는 취지였다. 윤 전 총장은 이처럼 반(反)문재인 정권의 선봉장으로 나서게 된 이유와 함께 '전선 구축'을 분명히 했다고 할 수 있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윤희숙 가세... `2尹`, 야권 선명성 경쟁 주도할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윤석열·윤희숙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반면 윤 전 총장의 대선 참여 플랫폼이 될 수도 있는 국민의힘에서 '케미'가 잘 맞을지 의문이 들게 하는 면모가 늘었다. 당의 새 얼굴인 이준석 대표는 지난 5월말 6·11 전당대회 광주 합동연설 당시 "우리는 민주주의를 항상 가장 절대적 가치로 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지난달 6·25전쟁 추념 메시지에서도 우방국들의 파병 지원에 고마움을 되새기되 '민주주의 수호'에 수차례 방점을 찍었다. 전쟁 원인을 "이념의 대립이 심화해 갈등으로 발달했고, 그 갈등이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혐오로 변질"됐다고 짚어 '이념과 거리두기' 기조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문을 두고도 이준석 대표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윤 전 총장의 뜻이 일치"한다는 제3자 화법으로 평가를 이어갔다.
이 대표를 "개혁보수파 동지"로 부르는 국민의힘 대권주자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기본적인 철학이나 가치관이 너무 기존 보수가 하듯이 자유만 강조"한다며 "우리 헌법엔 자유만 있는 게 아니라 평등도 있고 공정·정의·법치·인권·생명·안전 문제가 다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복당 계기 입장문에서 기존 경제 자유화 메시지에 "경제 민주화를 보충"하겠다고 했고, 정치 데뷔 시점 '자유 우파'를 내세우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1일 대선 출마선언에서 "공정과 정의 그리고 자유"를 동시에 안착시킬 과제라고 했다.



이처럼 기존 야당 주자들은 추구하는 가치를 늘려 잡으면서 소위 '극우·강경보수' 프레임과 거리를 두기 급급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다크호스'가 추가로 등판해 야권 내 선명성 경쟁을 주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라가 쪼그라들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다들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다"며 2일 대권 도전을 알린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낸 경제 전문가로서, 미래담론에 주력하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윤 의원은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거래 관련 규제 강화를 위한 '임대차 3법'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자,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본회의 '5분 자유 발언'을 통해 직관적인 언어로 '전세 소멸' 등 정책 부작용을 짚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후로는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공약 구상을 내비칠 때마다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포퓰리즘 요소를 지적하며 '이재명 저격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사회적 경제조직' 상품 소비를 강제하는 사회경제적기본법 제정 시도에 나서자 "자유주의가 뭔지, 소비자 주권이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초 만남을 청한 윤 전 총장으로부터 '정치를 함께 하자'는 제안도 받은 터다. 이때 윤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스파링 파트너", 연습경기에서 맞붙을 상대를 자청했다고 한다.

그는 "대화를 나눠보니 윤 전 총장이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더라"라는 회동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윤 의원의 등판으로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의 '자유'와 '시장경제'를 화두로 한 담론·정책 스파링이 시작될 거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윤 의원이 '본경기'까지 진출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가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 제대로 포함된 적이 없고, 드물게 초선·50대·여성 신진으로서 출사표를 던지면서 과거 '노무현 돌풍'과 같은 역전 신화를 연출하지 못 하리란 법도 없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윤희숙 가세... `2尹`, 야권 선명성 경쟁 주도할까
지난 7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튿날 대선 출마 소식이 알려진 윤희숙 의원(가운데)이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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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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