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양자시대, 더 담대하게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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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양자시대, 더 담대하게 도전하라

안경애 기자   naturean@
입력 2021-07-04 19:54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안경애 칼럼] 양자시대, 더 담대하게 도전하라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앞으로 수년간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양자정보기술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민간기업들이 양자정보기술 R&D을 주도하면서 기술진화 속도를 훨씬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2021 양자정보주간' 행사에서 김정상 이온큐(IonQ) 대표 겸 미국 듀크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양자정보기술 투자를 미뤄온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국은 2010년부터 10년간 R&D를 추진해 수백명의 전문가를 키워내고, 연구실에 있던 기초기술을 기업에 전수해 상용화 단계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김 대표 역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이온큐를 창업했다. R&D가 막 시작되려던 2010년께 한국을 찾은 김 대표는 미국의 움직임을 국내에 알리고, 한국도 더 늦기 전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별 변화가 없었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6개 연구팀을 가동했다. 구글은 그 중 1개 팀을 거의 흡수하다시피 해서 양자컴퓨터 독자 R&D를 시작했고, IBM은 당시 연구결과물을 토대로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온큐를 비롯한 스타트업들도 탄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규모의 투자가 안 되다 보니 양자정보기술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국내 전문인력을 다 합쳐도 150명 수준에 그친다. 일부 기업이 양자정보보안을 중심으로 기술투자를 시작했고,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일부 대학 연구팀이 R&D를 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2030년 양자기술 4대 강국 진입 목표'를 발표했지만, 김 대표가 전망했듯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당분간 더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아니, 과연 좁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거대 기술기업들은 우리가 막 걸음마를 내디딜 때 더 빠른 속도로 달릴 게 틀림없다. 정부는 지금부터 원천연구를 강화하고 핵심인력을 2030년 1000명 규모로 늘리겠다고 한다. 그런데 양자기술 관련 정부 투자는 2019년 106억원, 올해 326억원 수준으로 이 같은 계획을 현실화하기는 부족하다.



삼성·현대차·LG전자·SK하이닉스·KT 등 국내 대표 기업, ETRI·서울대·KAIST 등 국가연구소와 대학이 '원팀'을 구성한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세계적인 ICT 인프라와 반도체 경쟁력도 유리한 출발 조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더 담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황을 역전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10년간 한국·미국·중국·유럽·일본 등 5개국에 출원된 양자정보기술 특허는 총 6777건으로, 그중 미국과 중국이 각각 33%와 29%를 차지했다. 특히 IBM(15.9%), 구글(9.1%), MS(5.9%), 인텔(5.7%) 등 미국 기업들이 상당한 격차로 선두권에 서 있다. 이어 중국 화웨이와 알리바바가 각각 3.2%와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디지털 시대 패권구도가 양자정보기술 시대에도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자정보기술은 컴퓨팅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물리, 화학 등 과학기술 경쟁력과 자본이 함께 뭉쳐야 가능한 영역인 만큼 우리나라도 투자규모를 늘리는 게 시급하다. 그를 토대로 TDX(전전자교환기), CDMA 등 정부와 기업, 대학, 연구기관들이 원팀을 구성해 해낸 기술개발 성공신화를 다시 이뤄내야 한다.

양자정보기술 시대에는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지금보다 더 극명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술의 진입장벽과 난이도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작은 희망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다행인 것은 양자과학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고, 인류가 아는 것보다 밝혀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산업화도 되지 않았고, 지배적인 사업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기회의 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

"우리가 아직 양자과학기술의 한계를 잘 모른다는 것은 그 잠재력과 가능성이 기대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최순원 미 MIT 교수 얘기다. 이전의 성공에서처럼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한번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담대한 도전과 투자에 나서야 할 이유다.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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