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예고된 勞政대립, 노동정치의 필연

메뉴열기 검색열기

[김태기 칼럼] 예고된 勞政대립, 노동정치의 필연

   
입력 2021-07-05 19:46

김태기 일자리연대집행위원장·전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김태기 칼럼] 예고된 勞政대립, 노동정치의 필연
김태기 일자리연대집행위원장·전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지난 주말 민주노총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정부는 불법집회라며 막았지만 그 강도는 약했다. 보수단체의 8.15집회를 살인행위라며 맹비난했던 청와대가 민주노총의 불법집회에는 침묵을 지켰던 것이다.


야당은 문 정권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지만 청와대로서는 야당보다 민주노총과의 대립이 더 신경 쓰일지 모른다. 문 정권은 민주노총의 도움으로 집권에 성공했지만 민주노총과 대립 속에 임기를 마치는 착잡한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주노총과의 관계 악화 정도만이 아니다. 사람중심경제나 노동존중사회 등으로 포장했던 친 노조정책과 노동정치가 문 정권에게 자업자득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따랐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가 민주노총을 제1노총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청년 일자리를 파괴하고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희생시켜 문 정권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금년 초에 민주노총은 이례적으로 11월 총파업을 내건 비정규직 출신의 강성 지도부를 선출했다. 민주노총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문 정권에게 대결로 돌아선 이유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민주노총조차 힘들 만큼 노동시장이 악화된데 있다. 공공부문의 고용확대로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로 일자리의 질을 높인다는 문 정권의 정책은 기대만 높였고 실현될 수 없었기에 실망을 키웠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을 닫는 자영업과 소상공인이 속출하게 했고, 저임금근로자의 일자리가 줄고 소득을 감소하게 만들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는 노노갈등을 키웠고 민간부문에서는 오히려 비정규직이 증가하게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파업이 보여주었듯이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불만에 빠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취업 준비생들은 분노했고,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비리로 얼룩져, 친 노조정책과 노동정치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민주노총과 문 정권이 협력에서 대결로 바뀐 것은 양 측 모두에게 실패를 의미한다. 저임금문제와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민주노총은 투쟁에서, 문 정권은 법규제의 강화에서 찾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실패했다. 오히려 민주노총은 조직 내부의 갈등이 깊어졌고, 문 정권은 열성 지지계층이었던 청년 세대가 이탈했다.

기술이 급변하고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노동시장의 외부환경이 전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저임금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업교육훈련을 강화해 생산성을 높여야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나 문 정권 모두 여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줄이려면 임금과 고용 등 노동시장제도가 유연해야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경직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모순은 노동정치의 과잉에서 비롯된다. 노동계는 파업권을 이용해 정부가 요구를 들어주게 만들고, 정치권은 노동계의 도움으로 선거에 이기려는 노정 담합의 노동정치에 빠졌기 때문이다. 노사의 힘의 균형이 깨지고 정책무대가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지면 노동정치의 과잉은 구조적인 문제가 된다. 하지만 노동계의 요구는 기득권과 특권을 강화하고 약자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어떤 나라든 간에 노동정치의 과잉에 빠지면 사회의 모순은 커지고 정치는 불안해진다. 재정과 경제위기에 놓인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부유럽이 그랬다. 노동정치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였고, 대다수의 사람은 성장이 정체되어 실업이 대폭 늘었으며 청년 실업은 치솟았다. 게다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어 불평등은 구조화되었다. 문 정권의 노동정치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지 걱정된다. 내년 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그리고 교육감선거가 있다. 민주노총의 11월 총파업 예고는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선거는 노동정치가 대다수의 근로자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키우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노사의 힘의 균형을 잡아주는 정부가 되도록 만드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올바른 노동정치는 국민이 중심을 잡아야 가능하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