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알박기용으로 전락한 국가교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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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알박기용으로 전락한 국가교육위원회

   
입력 2021-07-08 19:50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칼럼] 알박기용으로 전락한 국가교육위원회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단독으로 국가교육위원회법을 통과시켜버렸다. 이번에도 4년 전 밀실 캠프에서 만들었던 어설픈 '대선공약'이 핑계였다. 야당과 교육계는 여당 단독의 날치기 입법을 '알박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 후에도 교육정책을 놓지 않고 계속 틀어쥐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내년 10월에나 완성할 초중등 교육과정 개정에 착수한 교육부에 대한 눈길도 곱지 않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다음 정부가 출범하고 난 내년 7월 이후에나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현 정부가 위원 21명 중 대통령 지명 5명과 여당 추천 몫을 포함해서 과반수의 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알박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당이 헌법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대선공약을 임기 말까지 미뤄뒀던 것도 결과적으로는 알박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꼼수가 돼버린 것이다. 임기제 공직의 알박기일 수밖에 없는 코드 인사가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공공기관의 감사까지 싹쓸이를 하고 있다.
알박기에 대한 야당의 우려가 괜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행정위원회로 만들어지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책임과 기능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임기 2년의 위원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교육정책의 핵심을 결정해버릴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교육의 비전, 학제·교원 정책, 대학입학 정책,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을 포함한 핵심 사항들이 두루 포함된다. 심지어 초중등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도 국가교육위원회의 몫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교육부의 위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실무 집행기관으로 전락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엎친 데 덮친다고 초중등 교육에 대한 업무도 대부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게 된다. 결국 국가교육위원회에게 주도권을 빼앗겨버린 차기 정부는 국가의 교육정책에서 어쩔 수 없이 손을 떼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민주화 과정에서 드러난 교육정책 수립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2002년 이회창 후보가 처음 제시한 이후 거의 모든 대선 후보들이 빼놓지 않았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강한 이념적 성향을 가진 5년 단임 정권의 입장에서 교육정책은 섣불리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실제로 이념과 포퓰리즘에 포획된 교육 현장의 현실은 참혹하다. 공교육은 지향점을 잃어버렸고, '수시 개정' 제도가 도입되면서 초중등 교육과정도 누더기가 돼버렸다. 세계화와 무한경쟁을 강조하던 교육정책이 갑자기 '하나만 잘 하면 된다'로 바뀌기도 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의 '창의' 교육은 2009년 개정으로 정체불명의 '창의·인성' 교육으로 돌변해버렸다. 전통을 강조하는 '인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창의'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결국 공교육의 현장은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교육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던 자사고·특목고는 맹목적인 적폐몰이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자사고 폐지는 사법부에 의해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렸는데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황당한 조국 사태로 입시 다양화의 상징이었던 '수시'의 부끄러운 민낯이 송두리째 드러났다. 그렇다고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의존한 '정시'와 '절대평가'가 출구일 수도 없다. 오히려 허울뿐인 문·이과 통합이 오히려 공교육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착수한 교육과정 개정 작업의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사 필수화를 핑계로 밀어붙였던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임기 말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반쪽짜리 전문가들이 어설프게 만들어낼 교육과정의 '총론'은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시들어버린 교육과정은 선무당의 어설픈 시도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버릴 것이 분명하다.

야당과의 합의를 무시해버린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은 없다. 교육부 위에 옥상옥(屋上屋)으로 올려놓은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정책을 통째로 마비시켜버릴 것이 분명하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인적 구성에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되는 특단의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시도교육위원회와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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