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재의 길따라 멋따라] 놀부 심보, 캠핑장 장기방치 텐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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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재의 길따라 멋따라] 놀부 심보, 캠핑장 장기방치 텐트들

   
입력 2021-07-08 19:56

성연재 연합뉴스 전문기자


[성연재의 길따라 멋따라] 놀부 심보, 캠핑장 장기방치 텐트들
성연재 연합뉴스 전문기자

"몇 주째 같은 텐트들이 무료 캠핑장에 설치돼 있는 것을 봤습니다. 본인만 사용하겠다는 이기심의 극치라고 봅니다"


최근 전북 부안군의 모항해수욕장을 찾았던 A씨는 이러한 사연을 SNS의 한 캠핑 그룹에 올렸다. 또 B씨는 경북 울진군의 봉평해수욕장 솔밭에 수개월째 설치된 텐트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 보이는 텐트는 설치된 지 오래된 듯 빛이 바랬고, 강한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큼지막한 돌로 텐트 여기저기를 눌러놨다.
이처럼 팬데믹 영향으로 아웃도어 인기가 지속되면서 무료캠핑장에 자신들만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텐트를 쳐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텐트들은 이른바 '알박기 텐트'라고 불린다.

나무 그늘이 짙고 풍경이 좋은 이른바 명당으로 여겨지는 곳에는 수주 혹은 수개월째 사람 없는 텐트가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 햇볕에 바래고 먼지 범벅이 된 알박기 텐트는 다른 이용객들의 눈살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이용할 기회를 뺏는다.

이러한 얌체족 탓에 자리도 부족해져, 주말이면 시민들이 자리 차지를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잦다. 결과적으로는 캠핑장이 폐쇄되거나 유료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알박기 텐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전국적으로 한두 곳이 아니다.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는 지난 2일 오전 이른바 '노루벌'로 불리는 갑천변 지역을 순찰하고 계도했다. 자연발생유원지인 이곳에는 알박기 텐트가 20여 동가량 설치돼 있었다. 대전시 서구 갑천변 상류에 있는 흑석동 자연발생 유원지의 경우 그간 알박기 텐트가 20여 동 자리 잡아 골머리를 앓아왔다.


[성연재의 길따라 멋따라] 놀부 심보, 캠핑장 장기방치 텐트들
울진군 봉평해수욕장의 솔밭에 알박기된 거실형 텐트 연합뉴스

장기 점유 텐트 강제철거 안내 현수막을 붙인 뒤 계도해 온 대전 서구청은 지난주까지 알박기 텐트를 모두 철수시키고 8월 초까지 이곳을 잠정 폐쇄했다. 구청 관계자는 "알박기 텐트는 개인이 불법 점용한 것에 해당돼 모두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곳은 유료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울산시 동구의 주전가족휴양지는 이러한 알박기 텐트 탓에 올해 3월부터 유료화가 됐다. 도심과 가까운 주전가족휴양지는 해변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그러나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캠핑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난해부터 전체 부지의 3분의1 가량이 알박기 텐트로 찰 만큼 문제가 심했다. 울산시 동구청은 문제가 심각해지자, 여러 차례 계도를 했지만 허사로 돌아갔고 결국 캠핑장은 유료화됐다. 충북 청주시의 대표적인 무료 캠핑장이었던 문암생태공원캠핑장도 유료화가 됐다. 이곳은 무료임에도 도심과 가까운 데다, 시설이 훌륭해 전국적으로도 큰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수년 동안 텐트 알박기가 문제가 되자, 2016년부터 유료 캠핑장으로 변경했다.

춘천 의암댐 상류에 위치한 북한강 강가에도 일부 낚시객들이 텐트형 좌대를 설치해 놓고 있다. 좋은 자리에 이른바 알박기를 해둔 것이다. 불법 행위인데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환경오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두의 소중한 공간이 일부의 욕심 때문에 폐쇄되거나 유료화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동구예술여행센터 임석 센터장은 "사람들은 여행이나 여가에서 접하는 풍경이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치유를 받게 된다"면서 "이처럼 여러 사람을 치유할 공간이 일부에 의해 사유화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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