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멀어진 집단면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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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멀어진 집단면역의 꿈

   
입력 2021-07-11 19:38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멀어진 집단면역의 꿈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오늘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되었다. 오후 6시 이전까지는 4명까지, 6시 이후에는 2명까지의 사적모임만이 허용된다. 클럽, 헌팅 포차,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의 운영이 중단되고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학원, PC방, 대형마트 등도 오후 10시 이후에는 운영이 제한된다. 이번 4단계 조치는 정부가 서울과 경기, 인천 거주자들에게 당분간 오후 6시 이후엔 집에 머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인 상황에서 수도권만 규제한다고 해서 정말 4차 유행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도권 거주자들이 강원도와 충청도로 이동해서 모임을 갖는 '풍선효과'도 벌써 생겨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 중 눈에 띄는 것은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를 유보한다는 내용이다. 백신접종자 인센티브는 그동안 '백신 접종=일상 재개'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어 방역을 방해해 왔다. 사실 백신 접종은 외부의 바이러스에 대해 몸속 항체 형성을 돕는 것이지, 감염전파의 숙주가 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즉, 백신 접종자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유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50% 이상이 백신접종을 마친 영국과 미국, 이스라엘에서도 실내에서 다시 마스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아 백신 인센티브 부여가 접종률을 높이는데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은 백신접종을 희망하지만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불만이 많은 상황이었다.

백신의 효력은 백신마다, 사람마다 효력에 편차가 크다. 백신 제조사들이 밝힌 백신의 코로나 감염 예방효과는 72%~95%. 즉,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거나, 항체가 형성되어도 감염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5~28%에 달한다. 당초 의학계에서는 국민 60~70%가 접종되면 집단면역이 이뤄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65%를 넘는 접종률을 기록한 캐나다(69.27%), 영국(67.32%)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됐는지도 주목된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지난 4월 "75%에서 80% 이상의 접종이 이뤄져야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다"고 그 기준을 높였다. 95% 예방효과를 보이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의 경우엔 접종률을 더 높여야만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다.


코로나19 변이종도 속속 출현하는 것도 집단면역의 걸림돌이다.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출현한 알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베타, 브라질의 감마, 인도의 델타 등이 대표적인 변이 바이러스다. 이들 변이종은 특정 국가에서만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전 세계적으로 퍼진다. 변이 바이러스는 변형을 통해서 전파력을 높이거나, 발현 양상이 달라지고, 기존 백신 효력을 낮출 수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 어떠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지, 또 현재의 백신이 새로운 변이종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처럼 한꺼번에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순차적 접종이 이뤄지는 상황은 집단면역의 또 다른 방해물이 된다. 국내 백신 접종은 지난 2월말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백신공급 부족으로 지난 4월 접종이 크게 줄어든 데 이어, 7월에도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 이상에게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한번 접종으로 평생 면역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독감 예방접종처럼 일정 기간 뒤에는 재접종을 맞아야 한다. 백신 접종의 유효기간을 8~10개월로 추정한다면, 지난 2~3월 접종자는 겨울이 오기 전에 예방접종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으로 일상으로 복귀하겠다는 믿음과 집단면역으로 올해 안에 마스크를 벗겠다는 희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방역 정치'로 국민들의 코로나 경각심을 늦추는데 기여해왔다. 정부에서는 지난달 20일 수도권과 제주에서는 6인 이하 모임 허용,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금지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완화를 발표했다. 이후 코로나19 경계에 대한 국민적 해이함이 생기면서 벌써 1주일째 하루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 방역정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방역조치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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