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재난지원금 쌈박질…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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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재난지원금 쌈박질… 뭣이 중헌디?

김승룡 기자   srkim@
입력 2021-07-14 19:44

김승룡 정치정책부장


[DT현장] 재난지원금 쌈박질… 뭣이 중헌디?
김승룡 정치정책부장

8일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 자칫 내달엔 2000명을 넘길 수 있다고 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잦아들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며 4차 대유행(팬데믹)을 맞을 태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데, 정부는 안일했고 방역은 허술했다.


조금 나아지나 싶어 겨우겨우 빚에 빚을 내 버텨왔던 1000만 자영업자들은 눈 앞이 캄캄하다. 당장 수도권에 최고 수위인 4단계 방역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저녁 장사는 모두 접어야 할 판이다. 당장 전기요금 낼 돈도 없어 길바닥에 나앉은 자영업자가 수두룩한데, 지난 12일 밤 내년 최저임금마저 5.1% 인상된 9160원으로 결정됐다. 무너지는 하늘에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비상 시국에 여야 정치인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국회에 모여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만 줘야 한다, 90%에 줘야 한다, 아니다. 전 국민에 줘야 한다"며 국민 세금 가지고 생색낼 궁리만 하고 앉았다. 지금 시국이 재난지원금을 최우선 논해야 할 때인가. 이 나라가, 정부가, 정치인들이 정말 제 정신인가 싶다.

지난 12일 밤 여당 대표와 제1 야당 대표가 만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했다가, 2시간도 안 돼 "아니다"라고 뒤집었다. 그러더니 다음 날 여당은 최고위원회를 열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합의한대로 80%에만 지급해야 한다"고 버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표(票)퓰리즘'이다. 제사엔 관심 없고 제삿밥에만 관심 있는 중생들이다. 초가삼간 다 타고 살림살이 남아나는 게 없어지는데 "이건 내가 갖고, 저건 니가 가져" 싸움박질이다. 지금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예산을 논할 때가 아니다. 방역 예산을 얼마나 더 늘려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할 때다. 백신이 없어 난리인데, 어떻게 백신을 구할 것인지를 논해야 할 때다.

지난 12일 자정, 55~59세를 대상으로 모더나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됐다. 정부는 352만명 대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신청자가 인터넷에 몰리면서 서버가 죽었다. 반나절도 안돼 예약이 중단됐다. 정부는 352만명분이 아니라 185만명분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국민 백신 1차 접종률은 아직 30% 수준이다. 2차 접종까지 마쳐도 코로나19 변종에 감염될 확률이 30%가 넘는다.


그래도 모 야당 의원이 옳은 말을 한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상황인데, 소비하라고 전 국민에 지원금을 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영업제한으로 빈사 상태인 소상공인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월급도 안 깎인 대기업·공기업 직원들까지 지원금 준다는 게 올바른 정책인가. 이게 공정이고, 이게 성한 나라인가."

방역에 실패해 4차 대유행을 자초한 정부는 진심 담은 사과 한마디 없다. 지난 12일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들과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 방역 당국 최고 책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단계 방역조치는) 짧고 굵게 끝내도록 하겠다"며 "국민께 조금 더 참고 견디자 당부하게 돼 송구하다"고 했다. 방역에 실패해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보고 싶은 사람 볼 수 없는 마스크 지옥에 또다시 국민을 가두어야 하는 비극적 상황인데, 책임자 문책은커녕 조금 더 견뎌달라는 말 뿐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언제 물러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4단계 조치가 짧고 굵게 끝날지, 길게 이어질지 모른다. 왜 항상 참아야 하는 몫은 국민인가.

4단계 방역조치라고 내놓은 대책은 또 어떤가. 실내 체육시설에서 BTS의 '버터'는 틀 수 있는데,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틀 수 없댄다. 분당 비트 수가 120이 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운동을 하면 비말이 사방으로 튀기 때문이란다. 헬스장 러닝머신은 시속 6㎞를 넘으면 안 된다. 뛰지 말란 얘기다. 같은 실내체육시설이어도 헬스장에선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고, 수영장은 가능하다. 실외 골프장은 또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다. 버스, 지하철은 되는데 택시는 2명 이상 탈 수 없다. 뒤죽박죽이다. 외신들이 이런 한국의 이상한 방역조치를 긴급 타진하며, 국제적 망신살이 뻗쳤다.

국민이 역병으로 죽어나가든지, 빚에 쫓긴 자영업자가 자살을 하든지, 이 나라 정부와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치인들은 오로지 '정권 재창출' '정권교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인가. 지금 무엇을 제1순위로 해결해야 하는지, 무엇을 차선으로 해야 하는지 구분조차 못하니 나오는 게 '한숨'뿐이다.

김승룡 정치정책부장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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