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즐겁지만 괴로운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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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즐겁지만 괴로운 `술`

   
입력 2021-07-15 19:46

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즐겁지만 괴로운 `술`
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우리들의 책은 먼지 투성이/훌륭하게 해 주는 것은 맥주일 뿐/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하고/책은 우리를 괴롭힌다네.


책이라고는 잡아본 적이 없는 어느 주정뱅이의 글 같지만 사실은 대 문호 괴테가 쓴 맥주찬양가의 한 귀절이다. 술은 이렇게 우리의 기분을 고양하고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고 음식과 잘 어울릴 때는 음식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역사적으로는 기원전 3150년 경의 파라오 무덤에서 포도주 단지가 발견되고 기원전 1750년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에 술에 물을 타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실제는 이 보다 훨씬 긴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추정된다.
특히 우리의 음주량도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다행히 과거처럼 강제로 술을 먹이는 문화가 줄어들면서 한 번에 술을 마시는 양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기준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폭음을 한 비율이 남자는 52.7%, 여자는 25.0%로 아직은 높은 편이다. 다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음주 빈도는 줄고, 음주 장소는 집으로, 음주 상대는 혼자 또는 가족으로, 음주 상황은 혼자 있을 때나 TV등을 볼 때로 음주문화가 바뀌고 있다.

술은 영양분 없이 1그램당 7Cal의 높은 열량을 가지고 있으며 음식에 있는 영양분의 흡수마저 방해하기 때문에 영양결핍을 동반한 비만 즉 배만 튀어나오는 체형을 만들게 된다. 흔히 술배라고도 부르는 복부비만은 특히 심장병, 당뇨 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또 술은 중추 신경을 억제해 뇌 신경을 마비시킨다. 즉, 기억, 이해, 결정 능력의 통제가 억제되며 즐겁거나 괴로운 감정의 폭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괴로울 때 술을 마시면 더 비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즐겁지만 괴로운 `술`
일단 술을 마시면 위에서 흡수되기 시작하는데 위벽을 자극하여 위염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에는 위궤양까지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음주 후에 명치 끝이 쓰린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흡수된 술은 간에서 대사되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강력한 발암물질이어서 WHO는 술 자체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또 협심증, 부정맥, 당뇨의 원인이기도 하며 소변을 만드는 신장 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그 밖에도 술은 환각, 치매 등의 원인이 되며, 다양한 신경질환을 유발한다. 기억력 장애, 시간, 장소에 대한 판단 장애 및 정상적인 운동이 안 되는 등 다양한 신경 계통의 장애를 보여준다. 특히 음주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한다든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2차 사고의 위험도 있다.

그런데 술에 대한 오해 중의 하나는 매일 한 잔 정도의 소량의 술을 마시면 오히려 장수한다는 속설이다.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콜레스테롤 수치 및 흡연율은 거의 비슷하나 프랑스인의 심장병 사망률은 미국인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은 이유를 와인에서 찾아 '프랑스인의 역설(French Paradox)'이라고 하면서 주목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미국 샌디에이고대학 연구진은 하루 3잔 이내의 독주를 매일 마신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장수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 연구팀이 이 논문을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술을 전혀 안 마신다는 비음주자 중에는 술을 마셨다가 이미 건강이 나빠져서 어쩔 수 없이 끊은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교정해서 분석한 결과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 가장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의 공동연구팀도 소량의 음주일 때도 뇌의 인지기능의 손상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동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비음주 유지군과 하루 10g 이하(한 잔 기준)의 알코올을 섭취한 소량 음주군을 3년간 분석한 결과에서도 소량을 마셨을 때의 잇점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왔다.

따라서 소량이라도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음하기 쉬운 우리 문화에서는 술 자체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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