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최재형 입당 先手…윤석열, 늦었나 늦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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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최재형 입당 先手…윤석열, 늦었나 늦췄나

한기호 기자   hkh89@
입력 2021-07-16 07:13

崔 제1야당行 속전속결, 尹 '반면교사' 공략
"각자 선택" 선그은 尹…입당 미루며 "손해 감수"
"방향대로"…애초 3지대서 선도 의도했나
舊보수 선긋고 진보 만나며 "자유" 피력 이례적
다시 꺼낸 "압도적 정권교체", 반전은 본인 몫


[한기호의 정치박박] 최재형 입당 先手…윤석열, 늦었나 늦췄나
7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모바일 당원 가입신청을 마친 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 같은 날 종로구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한 뒤 취재진을 만난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공직 사퇴 17일, 정치 결심을 공언한 지는 일주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탈문(脫문재인)·범(汎)야권 대선주자 중 처음으로 제1야당에 합류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숙고하겠다"는 발언 이튿날 15일 입당 결정을 타전할 만큼 '속전속결'이었다. 급작스런 부친상이란 악재에도 '6·25 전쟁영웅' 선친의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유언에 힘입어 '작심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이라는 판단을 드러내자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내 잠룡들은 일제히 반겼다. 기존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입당 줄다리기'가 길어져 대선 경선 흥행, 야권 내 주도권 모두 불투명하던 차에 당외 주자로부터 '확인 도장'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이 급부상할 경우 윤 전 총장을 경선판에 끌어들이는 압박 지렛대가 될 거란 기대도 있을 것이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더해 입당 선수(先手)를 후발주자 격인 최 전 원장에게 내어 준 윤 전 총장은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앞서 지난 12일 윤 전 총장이 제3지대 '장외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자 최 전 원장이 "(저를) '윤 전 총장의 대안'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으나, 저는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고 밝혀 묘한 기싸움이 시작된 바 있다. 이후 최 전 원장이 김영우 전 3선 의원 '1호 영입' 등 국민의힘과의 거리를 급속히 좁히자, 윤 전 총장을 '반면교사' 삼고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돈다.

말을 아끼던 윤 전 총장은 15일에도 최 전 원장의 조기입당과 감사원장 출신의 대권 직행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정치하는 분들의 각자 상황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일관했다. 입당 지연이 야권지지층의 피로감을 불러온다는 지적에도 "저는 분명히 어떤 정치적인 손해가 있더라도 제가 정한 방향을 일관되게 걸어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14일 언론 인터뷰에선 입당 여부·시기 질문에 "정치를 시작한다고 특정 정당으로 쑥 들어가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어느 단계가 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판단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8월 경선 버스 정시(定時) 출발론'이 탄력을 받게 된 상황에서도, 윤 전 총장은 '결정할 때가 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에서 그의 말처럼 "1mm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발언으로 미루어 제1야당 입당을 실기(失期)한 상황을 무마하고 있거나, 애초 움직일 때를 정해두고 '장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재형 변수'가 떠오르기 전의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돌이켜 보자면 후자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탈문 진보' 일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2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윤 전 총장과의 만남을 사흘 만에 공개하면서 "본인의 (대선 출마선언) 메시지가 '옛날식 보수'의 회귀로 잘못 알려지는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더라"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과 '자유'와 '법철학'을 토의했다는 그는 "국민의힘에서 말하는 것과는 좀 결이 다르더라. 제가 짐작하기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당장 들어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선언문에 '자유'라는 가치를 가장 많이(22회)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 약탈"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과감한 선명성으로 반문 보수주자로 자리매김을 시도하는 듯했다. 선언 전 천안함 피격 생존장병을 만나 보훈을 강조하는 '안보 행보'를 보인 것이나, 이후 야권의 탈원전·소득주도성장 비판을 재차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다가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제3지대를 향한 발길이 잦아진 데다, 독자적인 가치 담론을 피력했다. 부동산정책 비판 행보 중 만난 인물 중 범진보성향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있었다.
진 전 교수에 이어 진보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나(12일) 나눈 '자유주의' 대담은 꽤 본격적이었다. 양자는 "자유주의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공감대를 이뤘다. '자유'를 대결 구호로만 사용하던 구(舊) 보수는 "냉전자유주의"로 규정, 이와 구분되는 자유주의를 현실에 뿌리내리자고도 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다원주의를 보강한) 자유주의를 보수가 잡는 것으로 재도약의 기회가 왔다"고 조언했다. 기존 보수정당 인사들에게선 보기 어려운 담론 현장이었다. 외교·안보와 관련 윤 전 총장은 1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예방 등 일정에서 빈틈없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대(對)중국 수평관계를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분간 제3지대 주자로 자리를 굳히면서 범야권에서 가치논쟁을 '선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이 기존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조세관(觀)으로 논쟁을 촉발한 사례 역시 나왔다. 그는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관련 질문을 받고 보편적 현금복지보다 선별·집중지원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경제효과 측면에서) 경제주체에게 '세금'이란 건 경제활동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며 "걷어서 나눠줄 거면 일반적으로 안 걷는 게 제일 좋다"고 발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잠룡들의 공세를 받았다.

윤 전 총장이 조세와 소득재분배 기능 자체를 부정했다는 듯한 논리와 함께 "'어차피 대변이 될 음식을 뭐하러 먹냐'는 식의 단순무식한 식견"(김두관 의원), "대통령이 되도 퇴임할 건데 뭣 하러 출마하냐"(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비아냥이 나왔다. 아직까진 여권의 제1과녁이 '윤석열'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15일 밤 '박범계 법무부'와 각을 세우면서는 이동훈 전 대변인이 소개했던 "압도적인 정권교체" 구호를 재차 꺼내 들었는데, 허언에 그칠지 대선 모멘텀을 만들어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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