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큰길 가면서 좌고우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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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큰길 가면서 좌고우면하지 말라

박선호 기자   shpark@
입력 2021-07-18 19:40

박선호 편집국장


[박선호 칼럼] 큰길 가면서 좌고우면하지 말라
박선호 편집국장

쾌도난마(快刀亂麻)와 좌고우면(左顧右眄), 야권 유력후보 두 명의 행보를 보면서 떠오른 말이다. 전자는 단칼에 복잡한 삼마 줄기를 끊는다는 뜻이고, 후자는 이것저것을 살핀다는 말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보엔 쾌도난마가 떠올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행보엔 좌고우면이 생각났다.


쾌도난마는 복잡한 일을 명쾌하게 정리하는 경우 쓰인다. 중국 이십사사 가운데 하나인 '북제서'에 나오는 당 태종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당을 세운 고조 이연에게는 태종 이세민을 비롯한 아들이 셋 있었다. '누가 왕재(王才)인가' 궁금한 고조가 세 아들을 불러 복잡하게 줄기가 얽힌 마를 가져와 풀어보라 했다. 형제들은 열심히 줄기를 헤쳐내고 있는데, 이세민이 돌연 칼을 뽑아 얽힌 줄기를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리고 남긴 한마디 명언이 "어지러운 것은 베어버려야 한다"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고르디아스의 매듭'도 비슷하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할 것이다"는 예언과 함께 소아시아의 고대국가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아스가 남긴 매듭을 알렉산더 대왕은 단칼에 자르고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점령한 왕이 됐다.
좌고우면은 말 그대로로 왼쪽, 오른쪽을 살펴 가며 일을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용례가 고문에 더러 있지만 좌고우면이란 성어가 등장한 것은 송나라 홍매(洪邁)가 역은 설화집 이견지(夷堅志)에서라고 한다. 홍매가 쓴 좌고우면에는 일을 조심스럽게 한다는 뜻이지 주저한다는 부정적인 뜻은 없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보통당원의 자격이다. 감사원장을 사퇴한 지 17일만에,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난 지 하루만의 일이다. 지난 1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이 아닌 저 자체로서 평가받고 싶다"며 "대한민국을 밝히는 길,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가겠다"고 말한 지 3일만의 일이다. 윤 전 총장은 현역 정치인들과 사회 원로를 만나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지난 2일 원희룡 제주지사에 이어 3일은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 6일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다. 이어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8일에는 김영환 전 의원, 12일에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15일에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연달아 회동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갈 길을 물으니, 좌고우면이다.

쾌도난마나 좌고우면이나 말만 놓고 보면 뭐가 더 낫다고 하긴 어렵다. 전자는 명쾌함이 장점이고, 후자는 신중함이 장점이다. 그저 길을 가는 태도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대권가도는 혼자 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차이가 크다. 윤 전 총장의 연이은 회동이 아쉬운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세몰이를 위한 회동이었다고만 해도 좋았겠지만, 회동을 마친 현역 정치인들과 사회 원로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공식 밝힌 것도 아니다.


지난 15일 언론에 공개된 두 장의 사진은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의 차이를 말없이 보여준다. 한 장은 최장집 교수를 만난 윤 전 총장의 사진이었고, 다른 한 장은 최 전 원장이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나는 사진이었다. 전자의 출처는 '윤석열 캠프'였고, 후자의 출처는 '국회사진기자단'이었다. 전자는 폐쇄적 색채가 짙고 후자는 공개적인 것이다.

굳이 최근 지지율의 변화를 언급하지 않아도 최 전 원장의 행보에 더 관심을 보이는 민심이 느껴진다. '난마'에 비견되는 작금의 세태 때문이다. 현 사회의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실망, 평등과 공정이라는 사회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답답하기만 하다. 누군가 이 복잡한 난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주길 열망한다. 바로 '국밥'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사이다' 이재명이 지지를 받는 이유다.

대권가도, 최 전 원장이나 윤 전 총장이나 기왕 가기로 한 길이다. 어렵고 큰 길이다. 길을 나서자 곳곳에서 공격도 나온다.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에 대해 "정치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냐?" "정치적 공정성을 훼손했다" 등등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해 검찰총장을, 감사원장을 그만 둔 것 아닌가. 또 그 어떤 명분이 있어, '나라를 밝히는 길'보다 클 수 있을까? 대권을 잡고 나면 모두가 사라질 말들일 뿐이다. 무엇을 더 고민하는가? 큰 길을 가면서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라.

박선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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