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언론인·인권 운동가·기업인 스마트폰 다 들여다봤다

김광태기자 ┗ “동맹 강화냐 뒤통수 치기냐”…아프간·오커스 논란에 바이든 ‘외교 리더십’ 흔들

메뉴열기 검색열기

전세계 언론인·인권 운동가·기업인 스마트폰 다 들여다봤다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1-07-19 14:12

이스라엘 개발 '페가수스' 이용
UAE·헝가리·사우디 등서 해킹
저장 정보 빼내고 대화도 감청


전세계 언론인·인권 운동가·기업인 스마트폰 다 들여다봤다
휴대전화가 해킹된 것으로 알려진 카슈끄지의 약혼녀[AP=연합뉴스]

정부에 부정적 기사나 고위층 부패 의혹 등과 관련한 탐사보도를 해온 기자들이 각국 정부의 광범위한 해킹 대상이었다는 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민간 보안기업인 NSO그룹이 개발한 스파이웨어 프로그램 '페가수스'가 전세계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 기업인 등의 휴대전화를 해킹하는데 사용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 전세계 16개 언론사는 국제사면위원회, 프랑스 비영리 단체 '포비든 스토리즈'와 함께 페가수스와 관련된 5만개 이상의 전화번호 목록을 입수했다. 분석한 결과, 인권 운동가, 기업인 등 외에 전세계 약 180여명의 언론인의 전화번호가 이 중에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에 부정적인 기사나 고위층 부패 의혹 등과 관련한 탐사보도를 해온 기자들이며, 이들이 활동한 지역은 NSO의 고객으로 알려진 국가들 중 주로 자국민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동, 아시아 국가, 멕시코 등에 집중돼 있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첫 여성 편집장으로 발탁된 룰라 칼라프를 포함해 프랑스의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의 설립자 등 전세계 언론사 편집장, 탐사보도 기자, 프리랜서 언론인 등 180여명의 전화번호가 해킹 대상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소속은 FT, 메디아파르 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뉴욕타임스(NYT), 알자지라, 프랑스24, 라디오 프리 유럽, 엘파이스, AP통신, 르몽드, 블룸버그, AFP통신, 이코노미스트, 로이터, 미국의 소리(VOA) 등으로 전세계 주요 언론사들이 대거 망라됐다.

가디언은 이들 언론인이 NSO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이용하는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소속 국가 혹은 이들의 취재에 관련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헝가리, 인도, 카자흐스탄, 멕시코, 모로코, 르완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나타났다.

페가수스는 해킹한 휴대전화 안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빼내고, 대화도 감청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언론인이 취재한 기밀 보도 내용의 소식통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추적하며, 대화 또한 엿듣기 위해 언론인을 해킹 대상으로 삼았을 수 있다.

칼라프 편집장의 경우 아랍에미리트(UAE)의 감시 대상 목록에 올라있었다. 특히 멕시코의 프리랜서 언론인으로서 지난 2017년 3월 총격 피살된 세실리오 피네다 비르토 역시 감시 대상 목록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페가수스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된 뒤 한 달 만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전 통리가 연루된 부패 의혹인 이른바 '1MBD' 스캔들, UAE 고위 관리와 왕족의 호화 요트 구매 의혹을 취재한 WSJ의 브래들리 호프 기자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번 분석에서는 이들의 전화번호가 해킹 시도 명단에만 올라있던 것인지, 아니면 실제 전화기가 해킹까지 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명단에 오른 일부 기자들의 동의를 얻어 직접 전화기를 넘겨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해킹이 확인된 언론인 중에는 인도의 뉴스 웹사이트 '더 와이어'의 설립자, 정부의 부패 의혹을 파헤쳐온 모로코의 프리랜서 기자, 역시 정부 고위층 부패를 고발해 온 아제르바이잔의 유명 탐사보도 기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FT 대변인은 "언론의 자유는 필수적인 것"이라며 "언론인들에 대한 불법적인 감시, 개입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NSO는 정부 고객사들은 계약상 심각한 범죄, 테러 행위에 한해서만 자사의 스파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이번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또한 지난 2018년 10월 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부인과 약혼녀 등 지인들 역시 페가수스 프로그램을 이용한 감시 목표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그의 부인이었던 하난 엘라트르의 휴대전화는 카슈끄지가 암살되기 6개월 전부터 감청 목표물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엘라트르의 휴대전화에, 마치 그의 자매인 것처럼 위장한 문자 메시지가 전송됐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에는 스파이웨어로 연결되는 링크가 담겨 있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전세계 언론인·인권 운동가·기업인 스마트폰 다 들여다봤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