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최재형의 탈공학 정치, 국힘은 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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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최재형의 탈공학 정치, 국힘은 뻘밭?

한기호 기자   hkh89@
입력 2021-07-23 07:56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신분을 벗어 던진 뒤 반문(反문재인) 대선주자로 거듭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나란히 정치참여 의지를 드러낸 지 3주를 넘겨서도 범(汎)야권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공직 사퇴 시점으로 후발주자 격인 최 전 원장에 대해 '윤 전 총장을 반면교사 삼았다'는 평가가 잇따를 만큼 두 사람 간 행보가 대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직 때부터 체급을 키운 윤 전 총장은 장외 독자행보를 굳히는 가운데 연일 이슈를 만들어내며 '경착륙'하고 있고, 최 전 원장은 즉시 제1야당으로의 '연착륙'을 택하면서 어느 쪽의 방법론이 우세할지 자웅을 겨루는 모양새가 됐다.
두 사람은 대척점에 놓인 듯하지만, 기존 '정치공학' '여의도 문법'과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 초보'나 '아마추어'만으론 표현하기 어렵다. '새정치'라기엔 섣부르지만 '전에 없던 정치 방식'을 시도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우선 윤 전 총장의 경우 '제3지대냐 제1야당이냐, 입당은 언제냐'는 질문이 길게는 한달 넘도록 쏟아졌지만 매번 물리쳤다.

탈문(脫문재인) 진보와 중도까지 지지층을 확장해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일관했다.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경청 행보로 '제3지대' 사람들을 만나며 기존 보수가 '냉전 자유주의'에 머물렀다고 규정했지만, 본인은 정작 밀튼 프리드먼 식 '자유주의' 코드 메시지를 집요하게 내면서 국민의힘과 오히려 '선명성 역전'을 이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로부터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라는 '너무 나간'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보통 제3지대 정치인은 양비론과 시류에 영합하기 십상이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소위 '세금 발언'부터 스타트업 청년들의 말을 빌린 '일주일 120시간 바짝 일', 대구 방문 당시 '(여당의 코로나 확산 TK 봉쇄 언급은) 미친 소리…대구 아닌 지역이었으면 민란' 등 실언(失言) 논란에 이르기까지. 어떤 정무적 노림수가 있다기보단 '없다'는 쪽에 걸 만하다. 자신의 '날것' 지론을 알리는 데 '올인'한 태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대선캠프 사무실도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에 두면서, 2012년 무소속으로 대권 도전을 직행하며 공평동에 캠프를 차렸던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와 닮은 꼴로 거론된다. 이를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여의도 정치에 거부감'까지 거론한 데 대해, 윤 전 총장은 결국 "여의도 정치가 따로 있고 국민의 정치가 따로 있겠나"라고 받아쳤다. 여론조사 지지율 하락세 관측에도 "조사하는 방법이나 상황에 따라서 변동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이 가리키는 길로 걸어가겠다"고 못 박았다.

최 전 원장의 경우, '정치는 생물'이라는 여의도 격언(?)과 달리 '예측 가능한 인물'로 다가서는 점이 기성 정치와 다르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 사표를 낸 뒤 가족과 지방에 머물며 대권 구상을 다지던 중 부친상을 당한 게 변수였다. 하지만 정해둔 노선을 굽히지 않으면서 위기를 오히려 반전의 계기로 살렸다. 여야 정치권의 조문 행렬을 피하지 않았고, '6·25 전쟁영웅' 선친(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으로부터 들은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유지를 직접 전하며 의지를 다졌다.

선친 삼우제로 탈상한 12일엔 "대한민국을 밝히는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라며 "정치는 같은 뜻으로 뭉치는 것"이라고 국민의힘 입당도 시사했다. 3선(選)의 노련한 정치경력을 지닌 김영우 국민의힘 전 의원을 '1호 영입인사'로 알리기까지 했다. 뒤이어 불과 사흘 만(15일)에 이 대표 면담을 위한 국민의힘 당사 방문 일정을 잡는 김에 입당 결심을 밝혔다. 캠프 공보팀 구성에도 바짝 속도를 냈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윤석열·최재형의 탈공학 정치, 국힘은 뻘밭?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 최재형(오른쪽) 전 감사원장.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최 전 원장의 일련의 행보는 측근발 전언(傳言)정치 논란, 열흘 만의 첫 대변인 낙마, 입당 여부와 시기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일관 등으로 적잖은 피로감을 불렀던 윤 전 총장과 상반됐다. 정치를 잘 아는 측근들의 조언에 힘입었을 것이다. 아직 부인의 언론 노출을 꺼리는 윤 전 총장과 달리 부부동반으로 17일 김미애 의원 지역구(부산 해운대구을)의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나선 점이나, 당 구성원들과의 조기 스킨십을 도모하고 캠프 사무실을 정치인 왕래가 쉬운 여의도 인근에 곧장 마련한 것 역시 그렇다. 그를 돕는 인물들의 말처럼,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태도가 드러난다.
부족한 부분은 배우고, 이행하겠다는 모습은 기성 정치인들에게서 보기 드문 저자세임이 분명하다. 반면 판사 출신으로서의 '신중함'으로 인해 공격적인 '이슈 선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국면 '드루킹' 일당과의 포털 댓글 여론조작 공모 혐의로 21일 실형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자신이 맡았던 '국정원 댓글 수사'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선거공작으로 "정권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확인"됐다고 치고 나갔다. 최 전 원장은 이틀 간 메시지를 세번(본인 2회·캠프 1회)에 걸쳐 내고 나서야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데 이르렀다. 반문보다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최 전 원장의 노선은 오히려 중도에서 '우클릭'을 이어가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로부터 "청산이 우선이다. 상식 회복이 우선이다"라는 견제를 불러들이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등판과 함께 '이준석 리더십'에 대한 여론의 기대감을 안고 정권교체 가능성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여당보다도 윤 전 총장 견제에 더욱 열을 올리는 듯한 모습이다. "아마추어", "미숙", "방향성 혼란"을 직접 지적하고 나서는가 하면 최근 최 전 원장의 입당으로 "비빔밥이 거의 완성"돼 "당근(윤 전 총장 지칭) 빠진 정도"라고 빗댔다. 윤 전 총장이 장외 행보를 직접 시사한 뒤에도 "지지율이 위험하다"며 입당을 압박했다.

현재 야권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ARS(자동응답) 전화 여론조사에선 윤 전 총장 지지율 30%대 붕괴, 여권 지지층 응답 성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전화면접형 조사에선 20% 붕괴가 감지된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지지율 하락세는 여당의 대선 경선 컨벤션 효과와 맞물려 야권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22일 발표된 4개 업체 참여 NBS(전국지표조사) 여론조사의 경우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지지율 동반 하락, 최 전 원장의 횡보세가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이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여당측 평론가 발언으로 착각할 지경"이라고 이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 '윤석열 디스'가 분쟁거리로 떠오르면서 그 외 주자들의 주목도마저 내리는 양상이다.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 탈 공학적 새로운 정치문법에 대한 기대 역시 흩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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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1일 서울 목동 SBS에서 이준석(사진)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치 현안을 놓고 당대표 토론 배틀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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