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대신 드론, 자율주행택시 대신 셔틀…도쿄올림픽의 초라한 ‘기술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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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대신 드론, 자율주행택시 대신 셔틀…도쿄올림픽의 초라한 ‘기술 쇼’

안경애 기자   dtnews@
입력 2021-07-24 10:06

인공 별똥별 쇼, 자율주행 택시 시내 주행 등 포기
평창 올림픽서 선보였던 드론 이벤트로 지구본 구현
1964년 올림픽 성공 재연하려던 일본의 자존심 상처


인공위성 대신 드론, 자율주행택시 대신 셔틀…도쿄올림픽의 초라한 ‘기술 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드론이 도쿄올림픽 엠블럼을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위성으로 우주공간에서 벌이는 유성쇼 대신 경기장 상공에 뜬 드론 지구본, 시내를 오가는 자율주행 택시 대신 선수촌 주요 구간을 오가는 자율주행 셔틀.


도쿄올림픽을 신기술 쇼케이스로 만들려던 일본의 계획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테크의 일본'이란 명성을 지키려던 일본이 자존심을 구겼다.
반대와 연기 끝에 23일 막을 올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은 눈에 띄는 포인트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그나마 눈길을 끈 이벤트는 '드론쇼'였다.

이날 저녁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 후반에 1800여 대의 드론이 경기장 상공에 떠서 다양한 모양을 선보였다. 처음 도쿄올림픽 공식 엠블럼 모양을 보여주던 드론들은 조명과 위치를 바꿔서 각지 대륙 모양이 드러나는 지구본 형태로 바뀌었다.

드론쇼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도 선보였다. 드론쇼는 역대 올림픽 중 평창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1200여 대의 드론이 등장해 개회식에서는 오륜기를, 폐회식에서는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구현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도쿄올림픽 드론쇼에서 달라진 것은 드론의 수를 600대 정도 늘리고 3D 형태의 지구본 모양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발전한 드론 기술에 힘입어 드론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벤트 진행 기간도 길어졌다.

그러나 일본은 당초 드론쇼보다 훨씬 극적인 이벤트를 구상했었다. 세계인들에게 일본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한 1964년 올림픽의 성공을 재연하기 위해서다. 당시 세계 최초로 시속 200km로 달리는 신칸센 고속열차를 공개해 글로벌을 놀라게 했다.

당시 일본은 GDP(국내총생산)의 상당 부분을 올림픽 준비에 투입해 도시 인프라를 새로 만들고, 세계 최초의 위성 생중계, 컬러TV 송출, 모노레일 등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 대회를 계기로 일본은 기술 선진국, 잘 사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신기술 이벤트에 공을 들인 이유다.

당초 일본은 우주공간에서 하늘을 가로 지르며 떨어지는 인공 별똥별 쇼를 기획했다. 크기 10㎝에서 수십㎝, 무게 수㎏에서 수십㎏에 이르는 초소형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뒤 이 위성에서 지름 1㎝ 정도의 금속물체를 발사해 지구 대기권에서 타 없어지게 하는 거대한 불꽃쇼를 구상한 것.

인공위성 대신 드론, 자율주행택시 대신 셔틀…도쿄올림픽의 초라한 ‘기술 쇼’
도쿄올림픽에서 선보이려 했던 인공 유성우 상상도. 출처:ALE



일본 벤처기업 ALE는 지상 500㎞ 우주공간에 초소형 위성을 쏘아 올려 2019년 첫 이벤트를 하고, 도쿄올림픽에서 전 세계인이 쇼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개막식에 등장한 것은 인공위성 대신 1800대의 드론이었다.


도쿄 시내를 오가는 자율주행 택시, 안면인식을 통한 경기장 안내, 인공지능을 이용한 실시간 통역기술도 계획으로 그쳤다.

당초 일본은 올림픽 기간에 자율주행 택시가 도쿄 시내를 자유롭게 오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인공위성 대신 드론, 자율주행택시 대신 셔틀…도쿄올림픽의 초라한 ‘기술 쇼’
도요타가 2019년 도쿄모터쇼에서 선보인 E팔레트 출처:도요타

일본은 미국,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명함을 내밀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올림픽 스폰서 기업이기도 한 도요타는 2019년 도쿄모터쇼에서 신기술들을 대거 선보이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왔다.

도요타가 개발한 무인 자율주행셔틀 'E팔레트'가 선수촌 내 주요 시설을 운행하는 수준이다. 정해진 단거리 구간을 오가는 자율주행셔틀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두로 도약하려 한 도요타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도요타는 이번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주요 회사 관계자들이 올림픽 행사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세계 어느 나라 말을 해도 자동으로 어려움 없이 소통하게 해 주겠다던 실시간 통역기술도 현실화되지 못 했다. 일본 벤처 기업 오리연구소가 도쿄 나리타공항에 외국인 안내 로봇 5대를 배치했지만, 스스로의 학습과 추론 결과를 토대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안내원의 원격 조종으로 응대하는 방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일 "64년 올림픽 개최 이후 60년 간 일본의 기술 수준이 세계와 비교해 얼마나 퇴보했는지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을 가했다.

기술 완성도도 그렇지만 운도 없다. 일본은 올림픽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AR(증강현실)로 경기를 더 실감나게 볼 수 있게 AR 안경을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경기의 96%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다 보니 계획이 의미가 없어졌다.

인공위성 대신 드론, 자율주행택시 대신 셔틀…도쿄올림픽의 초라한 ‘기술 쇼’
도쿄올림픽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제공하는 AR 안경 출처:도쿄올림픽 조직위

대회조직위는 수영 경기가 열리는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 온 관람객에 AR 안경을 지급해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의 이름과 국가, 레인 번호 등의 정보를 AR 콘텐츠로 제공할 예정이었다.

이밖에도 대회 조직위는 요트 경기가 열리는 일본 가나가와현 에노시마 요트 항구에 50m 길이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5G 망을 통해 12K 영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골프 경기가 열리는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엔 5G 통신이 가능한 태블릿을 제공해 특정 선수의 실시간 경기 영상을 볼 수 있고, 주요 경기 장면을 자유롭게 돌려볼 수 있도록 했다. 인텔과 NTT도코모, NHK가 기술 협력을 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5G 스포츠 중계 역시 일본의 독창성을 주장하기에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란 평가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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