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칼럼] 피해 없는 사람에게 재난지원금?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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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칼럼] 피해 없는 사람에게 재난지원금? 그만하라

   
입력 2021-08-09 20:10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박병원 칼럼] 피해 없는 사람에게 재난지원금? 그만하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재난으로 손실을 입지 않은 사람에게도 주겠다는 여당에 맞서서 하위 88%만 주는 것으로 막아낸 정부가 가상하기는 하다. 반사적으로 이것을 합의해 준 야당이 더 한심하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전국민"에 대해서 "80%"로 대응한 정부도 애당초 여당의 프레임에 말려들어간 것은 마찬가지이다. "결과적으로 몇 %가 되느냐는 상관 없이 재난의 피해를 당한 사람만 지원해야 한다"로 대응했어야 한다.


처음부터 '납세에 의해서 증명된 소득의 감소'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보전해 주되 금액이 커지면 지원 비율을 낮추어 가는 방식의 기준을 만들어 제시했어야 했다. 증명된 납세 실적이 아예 없을 정도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별도로 일정금액을 지급해도 국민이 납득할 것이다. 또박또박 월급을 받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 사람들, 특히 공공부문 종사자들까지 재난지원금을 주는 데 대한 비난은 적어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차제에 '납세'에 대한 경의를 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직 견딜만한 형편이라고 해도 그간 나라에 누진적으로 세금을 많이 낸 사람들에게 비례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라도 보상을 해 주었더라면 그간의 납세에 대한 보람도 느끼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세금을 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업 규모가 크니 피해도 큰데 다른 사람들이 나라의 지원을 받는 것을 보고만 있으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무차별적 재난지원금 살포의 명분은 소비활성화로 경제를 살린다는 '소득주도성장'류의 집착이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가 활성화되어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 것이고,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게 되면 다시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인데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첫 시도였던 최저임금의 인상은 최저임금 밖에 주지 못하는 고용주들도 한계한계소비성향이 만만치 않게 높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소비활성화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다음 세대가 돈을 부담하는 만큼 소비진작 효과는 더 나을 것이다. 다만 왜 한계소비성향이 가장 높을 피해가 큰 사람들에게 돈을 몰아주지 않고 한계소비성향이 낮을 것이 확실한 피해 없는 사람들까지 다 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국민의 혈세를 쓸 때는 어떻게든지 더 효과적으로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소비 진작의 효과 면에서 볼 때 아무 피해가 없는 사람에게 간 돈은 소비의 순증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전국민에게 지급된 작년의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진작 효과는 실망스러웠다. 연구기관들간에 이견이 있다고 하는데, 이미 쓸 만큼 다 쓰고 있는 사람들이 공돈 25만원을 받았다고 그만큼 더 써야 되겠다고 생각할 것인지 판단에 무슨 연구가 필요하단 말인가? 피해가 큰 사람들에게 가는 돈은 확실하게 다 쓰일 것이니 소비진작 효과도 그만큼 크고 확실하다.

이런 관점에서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예산을 1.4조원 늘려서 대상과 지원금액을 확대해 준 것은 잘한 일이다. 집합금지, 영업제한 업종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효과 때문에 손실을 입은 사람들의 손실도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아직 방역을 위한 영업규제 조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연결될 경우에도 피해가 큰 업종으로는 가지 못하고 코로나 이후 영업이 더 잘되는 업종으로 돈이 갈 가능성이 높다. 최종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돈이 가는 방법이 더 낫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이치이다. 피해가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돈을 모두 줄여서 피해가 큰 사람들에게 더 주었어야 하는데 80%에서 88%로 늘린 것은 잘못이다.

다음에라도 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 지나간 얘기를 하고 있다. 여당의 프레임 안에서 싸우면 백전백패다. 표가 걱정이 되는가? 피해도 없고, 관심도 없고, 별로 받고 싶어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갈 돈을 줄여서 피해가 큰 사람들에게 여당 안보다 더 폭넓게, 더 많이 주자는 공격적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다음 세대에 부담을 늘리는 짓을 막아주는 것까지는 기대도 안 한다. 같은 돈이라도 제대로 써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 다음 세대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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