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언론중재법은 입법독재](http://contents.dt.co.kr/images/202108/2021082302102269061001[1].jpg?var=1950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언론중재법은 입법독재")
언론중재법 개정안 발의 및 처리과정은 민주당의 입법독재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21대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제출된 것은 모두 16차례. 지난해 4월 21대 국회가 출범한 뒤 한 달에 1번꼴로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충분한 숙고 없이, 즉흥적으로 추가되고 변경되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표발의자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의원이다.
이들 16개의 개정안 발의자는 모두 197명(중복발의자를 제외하면 105명)에 달한다. 김승원 의원은 7번, 오형환 의원과 양정숙 의원은 5번, 황운하 의원 등 10명은 4번이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 발의자는 모두 민주당 의원과 열린민주당 의원, 민주당 탈당 무소속 의원들이다. 법률안 발의과정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나 정의당, 국민의당 소속 의원 한명도 설득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정정보도는 원 보도와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로 △해당기사의 열람차단 청구 가능 △손해액 산정은 해당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고려 △명백한 고의 및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는 손해액의 5배안에서 청구가능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그동안 발의되었던 16개의 개정안 내용들을 모두 합친 것이다.
대표적 독소조항인 '손해배상액 5배 이내'가 결정된 과정도 즉흥적이다. 지난해 6월 정청래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을 첫 언급하며 3배를 넘지 않는 범위로 발의했다. 올해 6월 22일 윤영찬 의원도 3배를 넘지 않는 범위로 한정했으나 하루 뒤인 6월 23일 김용민 의원이 '3배이상 5배 이하'로 발의하면서 최종 5배 이내로 정해졌다.
개정안은 손해배상청구 대상에서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임원을 배제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의 범위를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재산공개를 하는 사람으로만 좁게 한정지었다. 미국의 경우, 공직자뿐만 아니라 공인까지도 손해배상청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공직자 역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범위를 넘어서 공무에서 실제적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경찰관의 경우, 국내에서는 치안감 이상의 경찰공무원이 손해배상청구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미국에서는 경찰서장도 제외된다. 미국에선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의 공인 역시 제외된다.
개정안은 고위공직자 등을 예외로 만들었지만, 실제로 이들을 대리하여 우회하는 방식으로 '허위·조작 보도'라며 손해배상청구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언론은 이를 두려워 자기검열을 강화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의 권력 감시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언론은 그동안 문제가 많았다. 취재 과정에서 경찰 등을 사칭하기도 했고, 검찰과 경찰이 흘려주는 대로 받아서 보도하기도 했다. 권력과 광고주와 코드를 맞춰 중요한 현안을 축소하거나, 사소한 일을 확대하는 일도 많았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서 명예훼손 및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정보도에 인색하다보니 피해자의 훼손된 명예 등의 회복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권력이 나서서 언론 보도를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언론보다 정부와 국회의 잘못된 법안과 정책의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특히 26차례에 걸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수많은 역효과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아파트 가격의 급등은 차치하더라도 재건축아파트 실거주 2년 의무화 추진 및 폐지, 임대사업자 양도세 감면조치의 번복, 은행들의 가계대출 전면금지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재산피해와 속앓이도 늘고 있다.
민주당이 정말 국민을 위한 개혁입법을 하고 싶다면, '정부정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만들면 어떨까. 잘못된 법률과 정책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그 정책 입안자와 법안발의자가 배상하는 법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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