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 칼럼]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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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 칼럼]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경계한다

차상근 기자   csky@
입력 2021-08-29 19:35

차상근 산업부장


[차상근 칼럼]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경계한다
차상근 산업부장

'공동부유(共同富裕)', 번역하면 '다함께 잘살자'쯤 되는 이 구호가 중국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중앙 재경위원회 10차 회의에서 이 '공동부유론'을 공식 선언하자 온 중국이 야단법석이다.


40여년 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과 함께 '일부가 먼저 부를 축적한 뒤 그 부를 나머지 전체에 나누자'는 선부론(先富論)을 중원에 던졌을 때의 파장을 가히 뛰어넘는 기세이다. 혹자는 1949년 신중국 건국 이래 또 한 번의 노선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개혁개방에 이은 중국사회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지적이다.
공동부유론은 중국에서 새로운 정치용어가 아니다. 1992년 중공 제14차 당 대회에서 통과된 당의 헌법 당장(黨章) 수정안에 이미 등장했다. 2020년 10월 19대 5중전회에서 시 주석은 '공동부유론'을 새로운 경제노선으로 선포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동중부 연안의 저장성이 공동부유 시범구로 지정되어 관심을 끈 바 있다. 저장성은 1인당 가처분소득이 중국 31개 성시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도농간 소득격차는 가장 낮다. 앞으로 합리적 수준의 임금 인상, 사회복지제도 확충, 공평과세 등의 실험적 정책을 통해 2035년까지 기본적 수준의 공동부유를 시범적으로 실현해갈 것이다.

이번 공동부유론이 어떤 때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 내용이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급진적이기 때문이다. 1차로 합리적 임금인상에 의해 소득격차를 줄이고 2차로 징세와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 부를 나누며 3차로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부의 분배를 더욱 심화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기부를 통한 분배 강화 내용이 무엇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공동부유론이 공식 천명된 지난 17일 IT기업 텐센트는 500억위안(약 9조80억원)의 기부를 약속했고 전자상거래회사 핀둬둬는 25일 100억위안(약 1조8300억원)의 농업과학기술 전담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민영회사의 이같은 대규모 기부릴레이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삼성, 현대, 기아차, LG, SK 등 우리나라 주요 그룹사들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생산 및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부유론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장기 도달점이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업체와 수출입 거래만 하는 기업들은 일단 논외겠지만 현지법인을 운영 중인 크고 작은 기업들에게는 당장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공동부유론은 개혁개방 이후 40여년 중국경제 부흥기의 슬로건이었던 '선부론'을 대체하는 중국 공산당의 신노선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노선은 부의 공평분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선부론은 공동부유론의 한 과정일 뿐이었다. 또한 마오쩌둥이 신중국 건설 이후 주창했던 '부를 공유하자'는 '공부론(共富論)'과도 맥이 닿아 있다.

선부론과 공동부유 노선은 또한 개혁 개방 직후인 1982년 12차 당대회에서 덩샤오핑이 천명한 '중국특색 사회주의'는 물론 1992년 14차 당대회에서 공식화한 '중국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는 온 세상이 다 경험한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도 아니고 서구식 자본주의는 더더욱 아니다. 선부론 뒤에 숨겨져 있던 중국 공산당식 사회체제의 기본 틀이며 이제 세상에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서구식 자본주의 체제에 순화될 것이란 서방국의 생각은 착각이었임이 더욱 확연해졌다. 서방이 구축해 놓은 글로벌 스탠더드는 중국에서 번번이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무기력해졌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오히려 경제가 발전할수록 중국식, 그들만의 경제시스템, 사회체계는 더욱 단단해졌다.

1992년 수교 이래 선부론의 틀에서만 대중국 관계를 꾸려온 우리 기업들이나 정부는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에 서둘러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소중한 해외 자산과 이익이 전혀 낯선 체제로부터 쉽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차상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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