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한방건강 바로알기] 마음속 시한폭탄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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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복의 한방건강 바로알기] 마음속 시한폭탄 ‘화병’

   
입력 2021-09-02 19:24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손해복의 한방건강 바로알기] 마음속 시한폭탄 ‘화병’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장기화가 자영업자들을 화병으로 몰아가고 있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의 줄임말로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여 화(火)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증상이 있는 병을 말한다.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공인했으며 문화결함증후군의 하나로 등재하고 있다 화병의 영어 표기는 'Hwa-byung'이다.


화병은 정신적 요소가 신체 증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조금만 긴장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며 꿈을 자주 꾸고 잠이 깊이 들지 않으며, 귀에서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거나 멍한 느낌을 받는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거나 몸이 피로하고, 오후만 되면 얼굴이 일시적으로 화끈거리며, 때로는 몸에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과로한 경우에는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화병은 40, 50대 중년 여성들의 병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여성과 남성, 나이를 불문하고 화병에 대해 상담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여성들에게는 가족관계 문제나 경제적 이유가 대다수다. 반면 남성 화병의 원인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정리해고, 사업실패나 금전관계에서의 재산상 손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중년 남성의 경우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뒤돌아보니 어느새 가족들과 멀어져 있고 직장에서도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현 위치를 인정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 반응인 분노를 '남자'라는 체면 때문에 직접 발산하지 못하고 억압하다 보니 신체적 증상으로 발병하게 된다. 실제로 화병이 심장 박동 수에 영향을 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최근 미 예일대 연구진이 '미국 심장학회 저널'에서 밝혔다.

[손해복의 한방건강 바로알기] 마음속 시한폭탄 ‘화병’
화병은 가슴이 답답하고 열감, 치밀어 오름, 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지고,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껴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밀어 올라 온다.

화병의 치료는 스트레스에 의해 쉽게 재발되므로 스트레스 원인 제거와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화가 달아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심리 상담과 명상을 통해 근본적으로 자신의 마음과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밑바탕에 깔려야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통찰하고 이해할 때 화가 사라지고, 이 '화(火)'의 에너지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삶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전제를 두고 볼 때 가장 좋은 치료법은 무조건 참지 말고 건전한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것이다. 가벼운 운동, 평소 가까운 사람들과의 허물없는 대화, 종교생활이나 취미활동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좋다.

이것이 어렵다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화병을 유발하게 된 발병동기, 이에 대한 대처방식과 성격, 주변 사람들과의 역학관계 등을 면밀하게 살펴 환경을 개선 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적 치료는 마음을 다스리고 긴장을 완화해주는 경락(經絡)인 심경(心經)과 심포경(心包經)의 혈자리에 침치료와 함께 화병의 증상완화와 재발 방지 목적으로 분심기음(分心氣飮),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시호억간탕(柴胡抑肝湯) 등의 처방을 변증시치에 따라 투여한다.

화병에 걸렸다고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화병이 낫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받은 치료는 주로 양·한방의 약물치료다. 아예 낫지 않는 병이니 사람의 팔자(八字)라고 생각해 치료를 받지 않고, 술이나 담배 등 건강을 해치는 방법으로 풀려고 하는데 이는 좋지 않다.

화병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마음과 화해할 때 비로소 치료가 가능하다. 내원한 환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남에게는 관대하면서 자기 자신에게는 너무 엄격한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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