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더] 이것이 각본없는 드라마… ‘1% 생존율’ 극복한 153일의 기적

입력 2021-09-06 12:28

손 바닥 한 폭에 들어오는 체중 288ｇ의 자그마한 아기가 지난 4월 4일 서울아산병원 6층 분만장에서 태어났다. 의료진은 아기가 어서 건강하고 팔팔해지길 바라면서 출생체중 288g을 거꾸로 한 '팔팔이'(882)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24주 6일 만에 체중 288ｇ, 키 23.5㎝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조건우(5개월/남) 아기가 153일간의 신생아 집중 치료를 마치고 지난 3일 퇴원했다고 6일 밝혔다. 국내에서 보고된 가장 작은 아기, 1%도 되지 않는 생존 확률에 도전한 건우의 기적이다.

국내 첫 200g대 초미숙아 조건우

국내서 보고된 가장 작은 아기

출생 직후 스스로 숨 쉴 수조차 없던 '팔팔이'는 거짓말처럼 소생해 불가능을 희망으로 바꿨다. 심장이 멎는 절체절명의 순간마저 무사히 극복하면서 희망을 확신으로 변모시켰다. 작은 몸으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팔팔이'를 위해 엄마는 '가장 좋은 약'인 모유를 전달하고자 경남 함안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모유를 유축했다. 엄마는 그렇게 다섯 달 동안 1만4000㎞를 달렸다. 엄마는 이제 아이를 품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임신 17주차에 '자궁내 성장지연' 검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 집중 치료 결실

의사는 '엄마 키 174cm, 아빠 키 191cm'인 장신 부모사이의 첫 아이에게 임신 17주차 검진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전했다. 태아가 자궁 내에서 잘 자라지 않는 '자궁 내 성장지연'이 심해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국내에서 한 해 태어나는 1.5㎏ 미만 미숙아 수는 3000여 명. 미숙아는 호흡기계, 신경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신체 장기가 미성숙하다. 출생 직후부터 호흡곤란증후군, 미숙아 동맥관 개존증, 태변 장폐색증 및 괴사성 장염, 패혈증, 미숙아 망막증 등 합병증을 앓게 되며, 재태기간과 출생체중이 적을수록 질환 빈도와 중증도가 높아진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최근 3년(2018∼2020년) 동안 총 19명의 500ｇ 미만 초미숙아가 태어났고, 이들의 생존율은 58%다. 지난 2018년 302ｇ으로 태어난 사랑이는 당시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생존 한계에 직면했지만 모든 장기가 건강한 상태로 무사히 퇴원했다.

심승진기자 simb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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