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국민행복총량 높이는 예산제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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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국민행복총량 높이는 예산제 도입하자

   
입력 2021-09-08 19:45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포럼] 국민행복총량 높이는 예산제 도입하자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개발도상국가에선 최초의 사례다. 한국전쟁 종전선언 이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만1000배 정도 증가해 2021년 현재 세계 1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2021년 세계 150여개 국의 행복 수준을 비교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인의 행복 점수는 10점 기준 5.845점으로 62위 수준이다. 2009년 말 경제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와 내전을 경험하고 있는 터키를 제외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꼴찌다.


그동안 경제적 풍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돈으로 행복을 온전히 살 수는 없어도, 물질적 여건이 결핍되면 행복을 누리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 경제적 풍요를 위해 노력하고 달성한 것에 비해 우리의 삶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OECD 가입국 중에서 한국인의 장시간 근로자 비율은 높기로 악명높다. 노동시간을 일주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했지만, OECD에서 장시간 근로자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은 주당 노동시간이 5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더라도 장기간 근로자이다.

불평등은 심각하다. 어느새 잊힌 '헬조선'이나 'N포세대'와 같은 단어와 다르게, '격차'와 '불평등'이라는 단어는 언론기사에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어느새 더 많이 갖기를 바라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기도 한다. 격차와 불평등은 공정을 갈구하게 한다.

지금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며 질문할 것은 '얼마나 행복하냐'보다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이다. 물론 행복 자체가 의미가 있다. 2021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행복 점수가 가장 높은 핀란드가 7.842점인데, 한국은 5.845점이다. 점수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도 분명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행복 점수를 1점 올리는 데에 집중하기에는 현대 한국인이 지향할만한 행복의 결이 점수만 바라던 과거와 같지 않다.

우선 획일적인 삶의 잣대를 가지고 상위 1%를 가려내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개인들은 자신이 살기 바라는 삶의 방식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겠다. 강남 고급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할 수도 있지만 전원주택을 꿈꿀 수도 있다. 석사나 박사학위를 목표로 할 수도 있지만, 경력이 전문성을 갖기에 더 나을 수도 있다. 차별 없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개인은 역량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야 한다.


삶의 다양한 모습을 수용하는 근저에는 성숙한 시민의식, 연대 의식, 공동체 의식이 자리한다. 올림픽이 끝났다.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된 세계적 축제였다. 인상적인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예년처럼 금메달의 숫자에 연연하진 않았다. 대신 노력한 선수들의 땀방울에 공감하고 박수를 보냈다. 설사 메달을 얻지 못했더라도 소위 인기종목이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응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더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거리두기가 연장되고 접촉을 줄이면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었고 실업자가 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 희망을 버리기도 한다. 취약계층의 생활 수준은 더 어려워졌다. 국민총행복의 관점에서 행복한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덜 행복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공정이다.

부탄에서는 국민총행복을 국정목표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공공정책에 예산을 우선 반영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웰빙예산을 도입해 취약계층의 행복을 중장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정부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경제적 풍요로움이 목적으로서의 국민총행복을 높이기 위한 수단임을 인지하고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행복예산제는 공공정책의 목적을 국민총행복으로 돌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우리도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으로 지원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행복예산제 도입을 고민할 때다.

<원문=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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