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9·11 추모날 아프간 대통령궁에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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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9·11 추모날 아프간 대통령궁에 깃발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1-09-12 15:01
탈레반, 9·11 추모날 아프간 대통령궁에 깃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미국 대사관 벽에 칠해진 탈레반 깃발.

미국이 9·11 테러 20주년을 맞아 여러 곳에서 추모 행사를 연 11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자신들의 깃발을 올렸다.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20년 만에 재집권한 것을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선언한 것이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아프간 대부분을 통치했지만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의 인도를 거부하다가 미국과 동맹국의 침공으로 정권에서 밀려났다. 12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전날 과도정부의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이 카불 대통령궁에 자신들의 상징 깃발을 직접 게양했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멀티미디어 국장인 아마둘라 무타키는 "이 게양식은 새 정부 업무의 공식 시작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대규모 공식 출범식 대신 약식으로 정부 출범을 선언한 셈이다. 탈레반이 지난 7일 발표한 과도 정부 내각 명단은 하산 총리 대행을 비롯해 33명 전원이 탈레반 강경파나 충성파 남성으로 채워졌다.

11일에는 외국 외교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출범식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탈레반은 10일 "출범식은 이미 며칠 전 취소됐다"고 밝혔다. 대신 탈레반은 6개월 뒤 공식 정부를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국민 다수는 20년 만의 탈레반 재집권에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남부 칸다하르의 주민 하이즈불라는 가디언에 "이날은 아프간과 아프간인에게 어려운 시기가 시작된 날"이라며 "미국은 자신들이 슈퍼파워라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며 9·11은 아프간 점령의 변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탈레반을 몰아낸 후 아프간으로 복귀했던 난민들은 미군 철수와 함께 다시 나라를 떠나고 있다. 지난달 인도로 탈출한 빌랄 니마티는 "미국인이 왔을 때 우리는 마을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 삶을 시작했다"며 이제는 또다시 가족이 국외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불의 한 주민은 "그들(미군)은 하루아침에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들은 우리가 아니라 탈레반을 위해 아프간을 재건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불의또다른 주민 압둘 와리스도 로이터통신에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불운은 미국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는 합의를 탈레반과 작년 2월 맺었다.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올 4월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아프간전 종전 의지를 공식화했다.

미군 철수는 지난 5월부터 본격화됐다. 이어 지난 8월 30일 밤 11시59분 미군 C-17 수송기가 마지막으로 카불을 떠나면서 미국이 시작한 아프간 전쟁은 종식됐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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