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영화제 지킨 봉준호 "힘들면서도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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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영화제 지킨 봉준호 "힘들면서도 즐거워요"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1-09-12 16:42

개막일 "팬데믹이 영화 막을 수 없다"
11일 황금사자상 등 모든 수상작 발표
"여성감독들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 선사"


베네치아 영화제 지킨 봉준호 "힘들면서도 즐거워요"
11일(현지시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시상식에 앞서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레드카펫에 선 봉준호 감독. 베네치아=EPA 연합뉴스

"힘들면서도 즐거운 날들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진행된 제78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가 한국의 봉준호 감독으로 시작해 봉준호 감독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봉 감독은 영화제 개막일인 지난 1일(현지시간)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영화를 막을 수는 없다"는 말로 세계 영화계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어 11일 시상식에서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장편 경쟁 부문 '베네치아 78'은 봉 감독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등 모든 수상작을 발표했다.

올해 영화제의 주요 부문 수상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 감독이 차지했다. 여성 낙태 문제를 다룬 영화 '레벤느망(L'evenement)'을 연출한 프랑스의 오드리 디완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신작 '더 파워 오브 더 도그(The Power of The Dog)'를 들고나온 제인 캄피온 감독은 감독상을 차지했다. 각본상도 '더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를 연출한 배우 출신 감독 매기 질렌할이 수상했다.

봉 감독은 여성 감독 수상작이 많은 이유에 대해 "모든 심사위원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를 제일 감동시키고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영화들"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우리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일단 갔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갔는데 수상작을 보니 여성 감독들이 있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봉 감독은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시상식 분위기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수상작 발표 후에는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고, 수상자들이 수상 소감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갈 때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따랐다.
이탈리아의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연출한 '신의 손(The hand of God)'에서 열연해 신인배우상을 받은 필리포 스코티(22)가 수상 후 연단을 내려가면서, 동선이 엇갈려 우왕좌왕할 땐 "So cute!"(너무 귀여워!)라는 즉흥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피아노'로 한국에서 잘 알려진 제인 캄피온 감독은 감독상을 받은 뒤 연단에 올라 가장 먼저 "땡큐, 미스터 봉!"이라며 봉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봉 감독은 심사위원장으로 개막 이후 하루 2∼3편의 경쟁 부문 장편 출품작을 보며 심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특히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제인 캄피온, 파올로 소렌티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을 비롯해 젊고 역량 있는 감독이 연출한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 수상작 선정에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힘들면서도 즐거운 날들이었다. 9일간 21편의 영화를 봤다. 좋은 영화가 많다 보니 딜리버레이션(숙의) 때 다소 힘들었다"며 "상의 숫자가 더 많았으면 더 많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영화제 기간 낸내 심사위원장으로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서 높아진 위상을 실감했다.

해외 언론들은 봉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고, 영화제 측도 그와 관련된 소식을 공식 웹사이트에 비중 있게 소개했다. 행사장에선 해외 영화 팬들의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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