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한방건강 바로알기] 황제의 보약 `공진단`

입력 2021-09-16 19:42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손해복의 한방건강 바로알기] 황제의 보약 `공진단` —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일면서 보약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보약 중 황제의 보약인 공진단(拱辰丹)은 면역력 증강에 좋은 녹용(鹿茸), 강심 작용과 진경 작용이 강한 사향(麝香), 조혈 기능과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는 당귀(當歸), 신장과 간장 기능을 좋게 하는 산수유(山茱萸) 등 4종의 한약재로 구성돼 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원나라 위역림(危亦林)이라는 의학자의 처방을 근거로 편찬된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의 허손편(虛損編)을 통해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 공진단의 효능을 '품부허약 단고천원일기 사수승화강 백병불생 차방주지'(稟賦虛弱但固天元一氣使水升火降百病不生此方主之)라고 기록되어 있다. 기력이 약해졌을 때 이 처방을 쓰면 하늘이 준 원기를 굳혀서, 신수와 심화가 잘 오르내리게 되어 온갖 병이 생기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임상적으로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여주고 뇌신경 전달물질을 조절하며, 근육의 활성산소와 염증 반응 감소, 만성피로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적응증은 선천적으로 기와 혈이 모두 허약하고, 피로가 누적된 사람에게 적합하다. 아울러 직장 생활에 지친 경우, 시험공부에 지친 수험생,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노화 현상으로 고생하는 경우,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 수술이나 입원 등으로 신체가 쇠약해진 경우, 정력 부족을 느끼는 남성이나 성기능이 감퇴된 경우에 좋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피로 회복과 항산화·항노화 작용, 기억력 인지기능 개선 및 항불안 효과 및 뇌신경 보호 작용이 있다고 한다.

공진단의 경우 녹용과 사향이 주된 한약재이다. 사향은 동의보감에서 '사향 주간질 안신 제경괴황홀'이라고 쓰여 있다. 사향은 간질을 치료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놀라거나 정신이 혼미한 것을 제거한다고 보면 된다. 기운을 뚫어 정신을 맑게 하고 깨우는 효과는 사향이 일품이다. 사향은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사향은 국제법규에 따라 유통이 통제되는 한약재여서 원산지를 확인하고, 주성분인 무스콘(muscone) 함량이 충분히 함유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녹용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보약재(補藥材)다. 녹용은 수사슴의 갓 자란 뿔을 채취, 가공하여 말린 것을 말한다. 녹용은 선천(先天)의 기운 부족, 즉 허약체로 인한 기력 저하와 저체중, 잦은 감기 등 감염성 질환을 다스리는 명약으로 꼽힌다. 뉴질랜드나 러시아 등에서 생산되는 녹용이 품질이 좋은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한 원산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공진단은 사향을 써야 하지만 워낙 가격이 고가여서 침향(沈香)으로 대체하여 쓰기도 한다. 조선 후기의 한의서인 방약합편(方藥合編)에 의하면 공진단은 사향 대신 목적에 따라 침향을 대체하여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기(氣)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을 콩팥으로 모아 단단하게 하고 몸안의 노폐물을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침향에 있다고 본다. 침향은 천식, 변비, 소화장애뿐 아니라 정력제로도 쓰였다. 침향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는데 기원이 불분명하고 정품 구하기가 힘들다.

사향공진단과 침향공진단은 큰 병을 앓은 후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거나,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더딘 경우 우수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 기상 직후, 공복 상태에서 따뜻한 물과 함께 1환(3.75g)을 복약하는 것이 좋다. 복용 기간에 따라 각기 다른 약효를 보이는 특징이 있으므로 체력증진, 원기회복, 면역력 향상 등의 목적으로 이를 복용코자 할 때에는 3개월 이상 장복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금기 식품은 없으나 가급적 녹두 음식과 밀가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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