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한국어까지 띄우는 한류 열풍](http://contents.dt.co.kr/images/202110/2021101302102269660001[1].jpg?var=1913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한국어까지 띄우는 한류 열풍")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의 신곡이 잇따라 미국 빌보드 차트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까지 한국의 여성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SNS 팔로워가 되는 현상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한국 문화 콘텐츠가 유럽과 미국 시장을 정복했다는 증명"이라며 "이는 기존의 서양인들은 동양의 것에 열광하지 않는다거나 유럽과 미국은 동양 문화에 비호환적이라는 편견을 정확하게 부순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오로지 중국만 최고라는 애국주의 열풍이 극에 달한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극찬이 나온 것이다. 이럴 정도로 최근 한국 문화의 위상이 치솟으면서 한국어에도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은 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링고에서 한국어 학습 신청자가 급증한다며 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듀오링고 측은 "한국 음악, 영화, 텔레비전의 세계적 인기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달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한국어 단어 26개를 등재했다는 것도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어 단어 등재는 '오징어 게임' 공개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옥스퍼드 영어사전 한국어 등재도 새삼 주목받은 것이다.
CNN은 "한류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휩쓸었다"며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K팝에서부터 최대의 쇼라고 극찬 받은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명의 팬들이 탐내는 오락거리를 쏟아냈다", "아시아와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오락 유행을 표현할 때 '한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제 이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추가됐다"고 한국어 등재 소식을 전했다. 과거 같았으면 한국어 단어 26개가 한 번에 등재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사 등재됐더라도 CNN에서 주목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한국 콘텐츠가 워낙 '핫'하다 보니 한국문화와 관련된 것들이 서구에서 뉴스 소재가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됐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게 놀라운 건 아니다. 영어는 국제어적 성격이 있어서 다양한 지역 표현들을 흡수해왔다. 이번에 이례적인 건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해외 매체들이 이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보도를 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옥스퍼드 사전 측의 태도다.
옥스퍼드 측이 공식 SNS에 "대박! 옥스퍼드 사전이 K-업데이트를 했다"라고 올렸다. '대박'이라는 표현을 그들이 그대로 쓴 것이다. 그렇게 대박, K드라마, 트로트, 만화, 먹방, 반찬, 잡채, 김밥, 동치미, 치맥 등의 단어가 영어사전에 올랐다. 치맥을 설명하면서 "K-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국 밖에서 대중화됐다"라고 했다. 드라마 제목까지 언급한 것에서 이번 단어 등재에 한류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 수 있다.
누나, 오빠, 언니도 등재됐다. 형이 빠진 것도 한류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류팬들이 형을 찾을 일이 별로 없었다. 언니에 대해서 옥스퍼드 측은 "한류팬들이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 배우나 가수를 부를 때 사용한다"고 해설했다. 그밖에 콩글리시, 파이팅, 스킨십 등 한국식 영단어들도 등재됐다.
옥스퍼드 측은 "한류가 전 세계적 현상이 된 것을 반영했다"면서 "한국 스타일은 이제 쿨함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BBC는 "'오징어 게임'을 보거나 BTS의 히트곡을 들으며 아마도 당신은 삶 속에서 한국적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영향력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번 옥스퍼드 사전 단어 등재는 '오징어 게임' 전까지의 한류를 반영했던 건데, 그후 '오징어 게임'으로 한류가 더 거대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또다른 한국어들이 등재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떡을 굳이 라이스케이크라고 하지 않아도 되고, 오빠도 그냥 오빠라고 하면 외국인들이 알아듣는 그런 시대가 될 것 같다. 한국 콘텐츠의 놀라운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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