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은 23일(현지시간) 오피니언 기고란에 미국 하워드대 4학년이자 학생 잡지 '리베라토'의 편집장이자 현재 CNN 인턴인 에어리얼 로가 쓴 '미국인들은 왜 '오징어 게임'에 매료되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글은 오징어 게임이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를 오락성보다는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로는 "드라마에 나오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잔인한 장면이 '틱톡'에 올라온 것을 보고 드라마를 접하게 됐다"면서 "오징어 게임은 폭력적이고 감동적이면서 때로는 웃기기도 했지만, 다 보고 나서는 그 외에 특히 미국인을 끌어당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리즈는 가난하거나 빈곤에 빠진 수백 명의 취약계층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벼랑 끝에 몰린 드라마 인물들의 처지가 현재 미국인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특히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드라마가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을 과장되게 묘사하고 있지만 미국인에겐 그동안 경험해 온 불공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삶의 속성을 느끼게 해준다"며 " 오징어 게임이 여러모로 우리 미국인의 삶을 거울처럼 비춰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매일매일 우리만의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며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든, 다른 사람 위로 올라가려고 하든, 미국인들은 '기회와 성공'이라는 놀이를 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은 극 중 참가자들에게는 성공의 규칙이 훨씬 명확하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의 어머니가 심한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병원비를 감당 못 해 치료를 포기한 장면은 가족의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미국 내 기부 사이트의 많은 사연과 닮았다는 게 로의 설명이다.
그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닌 실제 삶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올해 미국인의 의료비 빚은 1400억 달러(약 164조원)에 달하고, 작년까지 개인은 카드비와 전화요금 등 다른 빚을 합한 것보다 많은 의료 부채를 졌다"고 말했다.
이어 손가락을 잃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6개월이나 월급을 못 받은 외국인 노동자 알리 압둘의 사연은 이민 노동자를 착취하는 미국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나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는 실제로 목숨 건 게임에 참가하지 못하겠지만, 드라마 등장인물들의 빚더미와 외로움과 가난을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이 '어차피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까지 만든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이 인물들의 동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가까이서 보지 못했거나, 오늘날 미국인들이 직면한 투쟁에 면역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로는 "미국인들은 드라마 속 어린이 게임에 참가해 목숨을 걸고 싸우진 않겠지만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기 위해 비슷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인은 글자 그대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도 부자가 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이상 아래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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