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富동산`이 `負동산`으로, 中 부유층 수난시대](http://contents.dt.co.kr/images/202111/2021110302102269061001[1].jpg?var=2029 "[박영서 칼럼] `富동산`이 `負동산`으로, 中 부유층 수난시대")
이날 전인대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세 개혁업무에 관한 결정'을 의결했다. 전인대는 정부 조직인 국무원에 세부 규정 마련 및 시행권을 위임하면서 국무원이 시범지역을 선정하라고 요구했다. 전인대의 이번 결정으로 주택 보유자에게 물리는 세금인 '부동산세' 도입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시기는 1990년대 말이었다. 장쩌민(江澤民) 정권 시절인 1998년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국유기업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국유기업 체질을 일신해 홀로 설 수 있는 기업체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그 해 7월 '23호 문건'을 발령했다. 이른바 주택공급 정지령이다. 주 총리는 국가의 '사택 공급'이라는 상식을 파괴했다. 살 집은 스스로 찾아내란 것이었다. 동시에 민간 부동산업체들의 아파트 건설을 장려했다. 중국 도시들은 일제히 아파트 열풍에 휩싸였다.
주 총리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003년 8월 '18호 문건'을 발령했다. 부동산은 시장경제에 맡긴다는 게 골자였다. 아파트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지방정부는 부동산업체에 토지사용권을 매각하면서 재원을 쌓아 나갔다. 너도 좋고 나도 좋았다. 부동산업체도, 정부 간부도, 내 집 가진 시민도, 모두가 행복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났다. 아파트는 투기대상이 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베이징,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선 일반 회사원이 100년치 월급을 다 쏟아 부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빈부 격차, 지역 격차가 확대됐다.
그렇다고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이 무위무책은 아니었다. 2011년 1월 상하이와 충칭(重慶) 두 도시에서 방산세(房産稅)라는 부동산세가 시범 도입됐다. 고가 주택과 다주택 소유자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예외규정이 많아 실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어 효과는 미미했다.
자유방임적 후진타오 정권이 끝나고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들어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시진핑 정권은 '호랑이(고위 관리)와 함께 파리(하급 관리)도 함께 때린다'며 부패 간부 색출에 힘을 기울였다. 사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부동산을 향해 메스를 들었다.
시 주석은 지난 8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언급했고 이후 부동산세가 전면에 등장했다. 공동부유의 핵심은 '격차 시정'이다. 공동부유는 '조·고·확·중·증·저'(調·高·擴·中·增·低) 여섯 글자로 집약된다. 고소득자층 수입을 조정해 중소득자층을 확대하면서 저소득층 수입을 증대시킨다는 의미다. 부동산세는 고소득자에 대한 부의 조정 수단으로 활용된다. 문제는 공동부유 정책이 앞으로 급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부동산세 다음에는 상속세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말이다.
부유층에겐 그야말로 '수난의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문화대혁명의 악몽을 떠올린다. 50대 이상의 중국인이라면 홍위병들에 의해 '흑오류'(黑五類; 지주, 부농, 반혁명분자, 파괴분자, 우파분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곤혹을 치렀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시진핑 시대 '신(新) 흑오류'의 필두로 여겨질 것 같은 부유층은 문화대혁명의 공포가 중국에 재래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두려워 한다.
물론 부동산세 도입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당 은퇴 간부들까지 부동산세 철회 탄원서를 보냈다. 하지만 '분배 개선'이란 국가적 목표를 위해 추진되는 성격이라 부동산세 전면 도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부동산(不動産)이 '부'(富)를 이루는 부동산(富動産)을 거쳐 '부담'을 지우는 부동산(負動産)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이 '짐이 되는' 시대가 전광석화처럼 정말로 올 지 두고볼 일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