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ICT과학부장
![[최경섭 칼럼] 오징어게임 열풍에 박수만 치고 있을 건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111/2021110802102269046001[1].jpg?var=1147 "[최경섭 칼럼] 오징어게임 열풍에 박수만 치고 있을 건가")
오징어게임의 열기는 TV, 모바일 등 가상 공간을 넘어 실제 오프라인 공간으로까지 확대 재상산 되고 있다. 파리,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극중의 오징어게임, 달고나 만들기 체험을 위해 수 많은 인파가 길게 줄을 서고, 최근 핼로윈 데이때에는 오징어게임의 상징물이 된 츄리닝 복장과 장남감을 든 인파들로 거리가 넘쳐났다.
최근에는 오징어게임 코인(가상화폐)으로 가장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사기사건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세계에서 10여년 넘게 수많은 TV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고, 또 이를 전 세계에 공급해 온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로서도 믿기 힘든 전대미문의 대사건이다.
전 세계가 오징어게임에 열광하고 나아가 문화적 신드롬으로까지 주목하고 있는 지금, 국내 미디어 업계 한켠에서는 이른바 '오징어게임 발(發)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징어게임 성공에 따른 수혜가 제작사나 미디어 종사자에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하고, IP(지적재산권)를 모두 소유한 넷플릭스의 독차지가 된다. 실제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총 제작비로 253억원을 투자하고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주는 국내 제작사가 부리고, 정작 세계적인 성공으로 인한 수혜는 넷플릭스가 독차지하는 불합리한 구조다. 특히 넷플릭스는 TV 방송 콘텐츠는 물론 이벤트상품, 굿즈판매, 게임제작 등 2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까지 독식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문제는 자본력에 취약한 국내 미디어산업 구조상, 이같은 불합리한 수익배분 계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지켜본 많은 해외 미디어 공룡들도 막강한 자본력과 플랫폼 파워를 앞세워 국내 제작사를 자신들의 콘텐츠 조달창구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본력과 플랫폼 기반이 취약한 국내 지상파방송사, 토종 OTT 업체들은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릴 우려가 크다. K-콘텐츠 제작사들이 해외 플랫폼 업체들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계기로 해외 OTT 기업의 국내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 OTT 시장의 절반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이어 이번주에는 또 다른 미디어 강자인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애플의 애플TV도 이미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아마존, HBO를 비롯해 여타 해외 플랫폼 업체들의 공세도 예고되고 있다. K-콘텐츠로 주목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공교롭게도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앞세운 이들 해외 미디어 공룡들은 국내에서 최상단의 먹이사슬 시장을 차지하면서 국내 미디어시장은 물론 통신사업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유료방송사인 SK브로브밴드에 망사용료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항소심을 앞둔 넷플릭스는 최근 본사 부사장까지 방한해 "망사용료 못내겠다"면서 사실상 선전포고까지 한 상황이다.
미디어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가족들이 모여앉아 지상파 본방을 사수하던 시대는 이미 저문 지 오래다. 대신 그 자리를 넷플릭스와 같이 막강한 콘텐츠 파워와 플랫폼을 앞세운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이 꿰차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을 모두 이들 해외기업에 내주고 종속의 길로 갈지, 아니면 K-콘텐츠를 앞세워 우리도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갈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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