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칼럼] 20대 대선 참여와 `투표성향 보존의 법칙`](http://contents.dt.co.kr/images/202111/2021111002102269045001[1].jpg?var=2322 "[우인호 칼럼] 20대 대선 참여와 `투표성향 보존의 법칙`")
불과 10년 만에 투표율이 수직 상승했다. 좌파 진영에서는 지난 십 수년간 "젊은이들의 투표 저조로 인한 과소 대표성이 국민 표심을 왜곡한다"며 발을 동동 굴리기도 했다. 혈기왕성한 20대의 진보 성향이 좌파 성향의 정당 후보 지지로 연결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말이기도 했다.
'뇌피셜'이긴 하지만 투표 성향은 잘 안 바뀌는 것 같다. 특히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는 한번 자리 잡은 투표 성향은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지금 50대, 40대만 봐도 그렇다. 이른바 '386'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의 50대, 전교조의 학습 세례를 받은 40대는 그들이 20대 때 결정한 투표 성향을 지금껏 상당 부분 견지하고 있다. 방송사 출구 조사 자료의 연령별 득표율을 보면 알 수 있다(중앙선관위는 이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종의 '투표성향 보존의 법칙' 같은 것이 있는 모양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현 20대, 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의 변화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에 참여한 21대 총선에서 20대는 더불어민주당에 56.4%, 미래통합당에 32.0%의 지지를 보냈다. 거의 더블 스코어다. 그러나 불과 1년 뒤에 치러진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는 우파 후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됐다. 오 후보의 20대 남성 득표율은 72.5%에 달했다. '투표성향 보존의 법칙' 따위는 아랑곳 않는 사람들 같다.
무엇이 이들을 '투표성향 보존의 법칙'마저 파괴하게 만들었을까. 민주화 이후 풍요로운 90년대에 태어났기에 좌우의 진영 다툼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이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좌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정, 불공정이 이들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높은 연령이 20대라는 점(지난 달 26~28일 실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이 이를 뒷받침한다.
태어날 때 풍요로웠는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지금 단계에서는 도저히 풍요로울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느끼는 '분노'도 한몫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벗어나지 못하는 비정규직, 도저히 살 수 없는 내 집, 어깨 짓눌리는 부모세대 부양 부담…. 제대로 못하면 언제든 갈아버리겠다는 분노의 표심이 '사회법칙'마저 깨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20대 대선에 임하는 주요 정당 후보들도 20대의 '한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장동 늪'에서 빠져 나오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20대 구애는 매우 구체적이다. 질병으로 퇴사한 20대 청년과 점심도 먹고, 대학생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1인가구 청년들이 거주하면서 일도 하는 '청년주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청년기본소득 연간 100만 원, 기본주택 청년 우선 배정 등 청년 공약의 근간도 내놓은 상태다.
감성적 접근도 잊지 않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 '주 기자가 간다' 코너에 출연해 인턴 기자의 '당혹스런 질문'에 난감해 하는 모양새도 연출했다. 정치참여 선언 이후 '꼰대' 이미지가 덧씌워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청년'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후보 선출 이후 첫 날 일정에 청년과의 만남을 넣은 것만 해도 그렇다. 청년층에 '반윤(反尹) 정서'가 심각하다는 식의 프레임을 극복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20대 이하 유권자(만18세~29세) 수는 8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의 5분의1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투표성향 보존의 법칙을 깨버린 첫 세대가 던지는 표에 나라의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물론 투표를 던지는 20대 그들의 운명도 달려 있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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