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前노동부차관
![[정병석 칼럼]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 우선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11/2021111102102369660001[1].jpg?var=1252 "[정병석 칼럼]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 우선이다")
2017년 봄 일자리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시도가 있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어 정부 기능은 사실상 정지된 상황이었다. 정부의 핵심 관료들은 이 시기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지만 다음 정부가 시행할 정책을 준비하는 데는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산업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단을 편성했다. 27개 산업 분야로 나누어 학계의 산업전문가와 고용전문가, 산업체 대표 등 총 100여명으로 팀을 만들었다. 이들의 과제는 각 산업의 현 실태를 진단해서 그 산업에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가, 그래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가를 현장의 시각으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있는데도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면 무었인지, 이를 해소할 방안, 정부가 지원할 부문과 규모 등을 산업 현장에서 분석해내자는 것이었다.
27개 산업별 연구팀은 몇 달에 걸쳐 산업현장에 기반한 점검과 분석, 집중적인 논의를 거쳐 산업별 보고서를 마련하고 이를 다른 부문의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보고된 결론은 분석된 대부분의 산업에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며 청년들에게 충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진입장벽과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기술개발과 인력개발에 대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총괄 조정팀에서는 각 산업별 연구팀에서 보고된 내용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여기에서 제안하는 규제완화나 지원요구 정도는 정권 차원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지역차원에서도 같은 시도를 했다. 지역별 산업전문가, 고용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해 지역의 주요 산업 현장 실태를 점검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창출 가능성을 분석했다. 보고서들은 나중에 종합돼 정부 부처와 일자리위원회 등에 전달되었다. 2017년 12월 노동연구원에서 '산업과 지역 중심의 일자리정책 추진방향'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종합 발표하고 공론화를 유도했다. 그런데 이렇게 마련된 산업별 고용창출전략은 소득주도성장과 공공주도형 일자리 정책을 중시하는 현 정부에서 외면됐다. 한국인들의 특출한 창의력과 역동성을 내세워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연구가 왜 무시되었는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세계 10위 내 경제강국으로서 역량을 갖추고 있어 각 산업에서 규제를 풀어주고 청년과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는 것이 최선의 고용정책이다. 정부가 모든 부문에 관여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은 도전과 창의성을 저해할뿐더러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정치권은 일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우려하여 규제 철폐에 노력하지도 않고 손쉬운 재정 투입에만 매달린다. 앞서 산업과 지역 전문가 200여명이 산업별 지역별로 현장에서 연구한 결과 제도 개선과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성장 가능하다는 정책 제안이 있음에도 무시하면서 왜 자신들의 편향된 주장만 고집하는가. 그 결과가 현재 직면하는 청년세대들의 절망과 좌절이다. 기성세대가 제대로 노력도 안 해보고 일부 집단의 아집으로 청년 세대에 절망과 부담을 안겨주어도 되는가.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얻어 추진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해보지도 않고 저성장 단계라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포기하는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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