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36조7000억원(2.0%) 증가했다. 잔액 기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일반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가계대출)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판매신용)을 더한 금액이다. 가계신용은 경제규모 확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가계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3분기 가계대출은 1744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말대비 37조원(2.2%) 증가했다. 전분기 증가액(41조원)에서 줄었지만 여전히 2%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년동기 증가액은 159조원(10.0%) 규모다.
특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02조원으로 다시 한 번 최대치를 경신했다. 3분기 증가액(21조원)은 올 들어 분기별 최고치다. 기 승인된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2분기 4조8000억원에서 3분기 16조40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되면 증가규모가 급증했다. 반면 기타대출 4조6000억원 늘며 전분기(7조6000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한은 송재창 금융통계팀장은 "올 들어 주택거래가 이어지면서 주택매매, 주택전세 등 수요가 이어진 영향"이라며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각 금융기관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 업권에서 증가폭이 축소되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346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조2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2조8000억원 늘며, 1·2분기 증가액(각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상호금융(5조2000억원)과 상호저축은행(1조5000억원), 새마을금고(9000억원) 등에서 수요가 이어졌다. 기타대출은 3분기 5조4000억원 늘며 전분기(7조50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보험회사나 연기금과 같은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496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조7000억원(1.6%) 증가했다. 1분기(2.3%), 2분기(4.2%)와 비교해 증가세가 둔화된 양상이다. 주택담보대출 2분기(10조9000억원)보다 적은 1조5000억원 느는 데 그쳤다.
송 팀장은 "비은행 취급기관과 기타대출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줄었는데, 기타금융기관은 3분기 들어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양수액 감소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100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말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대면서비스 소비 부진의 여파다. 실제 민간소비 증가율이 2분기 3.6%에서 3분기 -0.3%로 하락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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