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를 열고 "다양한 산업 현장에 상당한 물량의 요소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중점 유통 주유소의 요소수 입고량은 23만3000리터(ℓ), 판매량은 17만2000ℓ, 재고량은 15만3000ℓ이다. 국내 5대 생산업체의 일일 생산물량은 91만ℓ로, 일 평균 소비량인 60만ℓ를 크게 웃돌았다. 중국이 수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확인했던 기존 계약물량 1만8700톤(t) 가운데 1만6800t에 대한 검사 신청도 완료됐다. 이중 6710t에 대해서는 수출 전 검사가 완료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공급난 우려가 큰 품목에 대해 정부가 집중 관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해와 완성품을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는데, 필수적인 품목들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언제든지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한국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입에서 전략적 취약성이 관측돼 관심이 필요한 품목은 요소·실리콘·리튬·마그네슘 등 총 1088개로 집계됐다. 한국이 무역 적자이면서 중국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은 '관심' 품목으로 분류한다. 중국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는 '취약' 품목은 653개에 달했다. 리튬이나 마그네슘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2차 연계 산업인 화학·2차전지·반도체는 물론 철강, 일반 기계 등의 분야로까지 추가 피해가 번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대외 의존도는 더욱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이날 발간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웨이퍼 제조장비는 일본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비율이 63.2%에 달했다. 실리콘웨이퍼(56.6%)와 조립장비(56.3%), 광반도체(48.4%)도 대일 의존도가 높았다. 집적회로 반도체 부품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오는 비율이 70.6%나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반도체 소재를 들여온 수입액은 총 92억2400만달러였는데, 일본·중국·미국·대만·베트남 등 상위 5개 수입국이 전체 수입액의 82.8%를 차지했다. 일본만 떼놓고 봐도 수입액이 35억5000만달러로, 전체의 38.5%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산업별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바우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주요 품목의 공급망 취약성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민간·공공 협력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며 "관심 및 취약 품목을 심층 분석해 산업별로 반드시 국내 조달이 필요한 전략 품목을 파악하고 비축을 포함한 비상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