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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칼럼] 물가, 금리, 환율까지 못 잡으면

박양수 기자   yspark@
입력 2021-12-16 13:27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1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3.7% 상승을 기록, 한국은행의 물가관리목표 2%를 훌쩍 넘어섰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 8월에 이어 0.25% 또 올려서 3개월 사이에 0.5%를 올렸다. 한은을 탓할 일이 아니다. 한은은 통화가치를 지키는 것, 즉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존재이유로 삼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국채 발행 확대로 자본시장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한은은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3.7%라는 숫자가 별로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가? 이 3.2%에는 집세가 1000분의 93.7 만큼, 지난 1년간 1.9% 올랐다고 반영되어 있다. 자가주거비용의 비중이 1000분의 243.6인데 소비자물가에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설렁탕 값이 1만원에서 300원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500원, 1000원 단위로 오른다. 작년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내게 된 종부세의 납부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최저임금을 성급하게 올리고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어 가면서 애쓴 내수 진작은 아마도 물 건너 간 것 같다. 물가가 3% 오른다는 것은 민간소비가 실질 3%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인 공급망의 마비와 성급한 탈탄소 정책에 따른 화석에너지 개발 투자의 감소로 인한 석탄, 석유 등의 공급 애로 때문이기 때문에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자위하는 견해도 있는데, 지난 1년간 35.8% 오른 수입물가, 8.9% 오른 생산자물가, 31.3% 뛴 세계식량가격이 아직 국내 물가에 다 반영되지 않았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크게 봐서 대외적 요인이 더 크기는 하지만 국내적 요인도 적지 않다. 그 가장 큰 것이 금리 상승이다. 인상이라고 하지 마라. 시장의 금리는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정부의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올라간다.

경제를 살리려고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어도 생산적 투자는 늘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만 늘고 영끌대출이니 동학·서학 개미니 하는 신조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 오른 집값이나 주가는 미실현 이익인데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나 세금은 코앞의 현실이다. 누군가가 이자가 부담스럽고 이익실현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팔기 시작하면 뒤따르는 사람이 반드시 생긴다. 정부가 그렇게 원하던 주택 가격의 하락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출을 받아서 뒤늦게 집을 사고 주식을 산 젊은이들의 처지는 어떻게 될까. 선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가채무비율, 특히 그 상승 속도는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신용등급 결정 요인이다. 만에 하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사태가 오면 금리 상승, 원화가치 하락, 외국인투자 유출, 자산가격 폭락 등 총체적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미국 금리의 상승 (이미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앞당길 기세다) 등 다른 요인이 가세하면 국가채무비율이 60%에 이르기 전이라도 이런 위기가 올 수 있다.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주느냐, 하위 85%만 주느냐를 가지고 논란을 벌였고 금년도 세입 초과로 예상되는 '남는 돈'(적자재정에 남는 돈이 있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으로 내년 대선 전에 한번 더 주자고 한 것은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리라. 25만원을 전 국민에게 다 주면 12조 5000억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이자율이 1%만 올라가도 은행 빚이 많은 서민들이 더 부담해야 할 금액이 12조원 정도 된다. 다음 세대가 이자까지 붙여서 갚아야 할 돈이기 이전에 현 세대, 그 중에서도 빚이 많은 어려운 계층의 국민들이 이자율 상승이라는 형태로 부담해야 한다.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사실은 지수를 안정시키는 것에 불과하지만) 유류세를 깎아주고 전기, 가스 요금을 동결시키는 것도 결국은 재정적자를 키우는 짓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물가도 물가이지만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일이다. 소비자 물가가 6.2% 오른 미국, 생산자물가가 13.5% 오른 중국이 물가안정을 위해서 자국 통화 강세를 용인하는 선택을 한 듯하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통화 약세를 강요당하고 있는 형국인데 길게 보면 수출과 국제수지 방어에는 도움이 되고 결국 통화가치 안정으로 연결될 수가 있겠지만 당장은 수입물가를 더 오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충직한 행정부 공무원들이 여당으로부터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을 당해가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조금이라도 덜 훼손하고자 분투하는 것은 이런 사태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 부동산 가격 안정에 실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물가, 금리, 환율 안정에까지 실패하면 다음 대선은 어떻게 될까? 여당 후보가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와 차별화, 거리 두기를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 정부가 또 하나의 중대한 경제 실패를 기록하면 여당 후보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차라리 더 이상 재정적자를 키우는 짓은 안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좋은 차별화전략이 아닐까 싶다. 선거 전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환율도 안정되고 금리도 안정되어 물가가 안정될 '조짐'이라도 보여 주는 게 좋지 어떨까 하는 말이다. '남는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최대한 국채 상환에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야당 후보도 만만찮게 돈을 쓸 궁리만 하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현 정부와만 차별화하지 말고 야당 후보와도 차별화하는 것은 어떨까?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태가 다음 대선 전에 벌어지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여당의 대표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소상공인이 저렇게 힘이 드는데 재정 걱정이나 하고 있다. 당신들은 정말 나쁜 사람이다"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믿을 수가 없다.

국가의 채무가 늘면 그만큼 국민의 채권도 는다는 둥, 국민 대신 국가가 부채를 늘리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는 둥 해괴한 논리도 등장했다. 그렇다 하더라고 금리, 물가, 환율의 상승은 국민이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박병원 칼럼] 물가, 금리, 환율까지 못 잡으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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