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칼럼] 이러다간 `정권교대`로 간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2202102269660001[1].jpg?var=4725 "[이규화 칼럼] 이러다간 `정권교대`로 간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자 이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돼도 정권교체라는 논리를 펴며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문재인 정부 최대 실책인 부동산정책 비판에서 시작했다. 본인의 브랜드였던 기본소득도 과감히 버렸다. 보편복지는 더 헌신짝이 됐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접었다. 부동산 보유세도 깎자고 한다. 당장 내년 종부세와 재산세 급증이 우려되자 내년 공시가를 올해 것으로 적용하자는 안까지 내놨다.이재명의 변신은 현란하다 못해 어지럽다. 박정희를 쿠데타 주모자로 폄훼하더니 대구에 가서는 산업화 공을 칭송한다. 광주 가서 전두환 표지석을 밟고 지나가더니 전두환이 경제는 잘 했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가 그 말을 할 때 "전두환은 공과를 나눠 평가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한 사람이 이 후보였다. 이를 지적하면 세상을 이분법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시치미를 뗀다. 혀를 내두를 변신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해온 말, 약속, 신념, 이념을 뒤집는 중이다. 표만 되면 다 바꿀 기세다. 심지어 자신이 시장과 지사 때 행했던 정책마저 부정한다.
그의 변신술에 국힘과 윤 후보는 농단당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 인하, 박·전 대통령의 공(功) 계승, 국방은 국힘의 의제인데 보쌈당하고 있다. 국힘은 신념도 지조도 없는 정치인으로 비판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상당수 유권자들이 그를 '경제는 확실히 챙길 사람'이라고 본다. '국민이 원한다면 따르는 것, 그것이 실용노선'이라는 그의 주장이 먹힌다는 증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조사한 대선후보 지지율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주보다 0.3%포인트 떨어진 40.3%인 반면 윤석열 후보는 4.6%포인트 하락한 37.4%로 역전됐다.
윤 후보와 국힘은 총체적 난맥상에 빠졌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기재 의혹과 관련한 대응 하나에도 당내 통일된 방안 없이 우왕좌왕했다. 깨끗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것을 문제를 키웠다. 이 사소한 문제가 결국은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의원간 갈등으로 연결되고 이 대표의 사퇴로 비화한 게 아닌가. 또 한 사례가 내년 경항모 예산을 반대한 것이다. 설득력 있는 반대 이유도 못 댔다. 자유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저버린 행위다.
아들 도박 사실이 알려진 지난 주말 이후 이 후보는 양도세 중과 경감, 보유세 완화 추진, 공시지가제도 개선, 100조 소상공인 지원,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와의 공정 토론 등 연이어 정책을 발표하거나 메시지를 발신 중이다. 반면 윤 후보는 아내 논란 이후 정책다운 정책 발표가 한 건도 없었다. 주목되는 게 있다면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신지예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새시대준비위 부위원장으로 영입한 일이다. 대체 페미니즘이 언제 적 얘기인가. 꾼들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페미니즘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휴머니즘으로 승화하지 못한 페미니즘은 구식이다. 서로 네거티브 공방 가운데서도 이 후보는 태세전환을 노리는데, 윤 후보 쪽은 실익 없는 인사를 영입하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윤 중 누가 더 흠이 많은지 모를 국민은 없다. 그런데도 국힘은 먼저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한다. 흑색선전이 아니라면 네거티브는 폭넓게 용인돼야 한다. 네거티브를 중단하자는 건 검증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힘 선대위 후보전략자문위원들이 지난 17일 윤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대선을 치러본 전략가를 앞에 내세우라고 신신 당부했다고 한다. 지금 국힘과 윤 후보에겐 '생즉사 사즉생' 결기를 찾을 수 없다. 이러다간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교대로 갈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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