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칼럼]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자업자득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1/2022011102102269061001[1].jpg?var=0401 "[김태기 칼럼]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자업자득이다")
여성가족부가 페미니즘에 빠져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정권 실세의 여성 추행에 입을 다무는 등 사회 신뢰를 떨어뜨리며, 여성운동단체를 뒷바라지하면서 여성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성가족부가 작년 11월에 실시한 '여성가족부에 대한 인식과 존폐에 관한 여론조사'도 부정적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를 유도하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에 대한 호감도와 정책에 대한 호감도는 모두 전년도에 비해 2~3점 떨어져 100점에서 40점을 간신히 넘었다.
페미니즘과 여성가족부 폐지는 이번 대선에서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윤 후보와 달리 페미니즘에 손을 들어주면서 단지 여성가족부의 명칭을 성평등가족부로 바꾸자고 한다. 정상적인 페미니즘이라면 성평등을 추구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여성해방이나 여성우월을 추구함으로써 가족의 가치를 파괴하고 남성을 적대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게다가 소수의 진보 여성단체 간부들이 페미니즘을 국회의원이나 장관으로 출세하는데 도구로 이용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런 점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은 자업자득의 결과다. 명칭만 바꾼다고 여성가족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제시한 부처의 역할과 주요 업무 및 성과를 보면 문제 투성이다.
여성정책을 강조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았고, 가족정책은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여성인력의 개발·활용을 여성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여성의 노동시장참가율이 낮고, 일하는 여성의 대다수는 비정규직이며, 남성과의 급여 격차가 크지만, 문제를 해결할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여성인력의 활용을 늘리려면 북부 유럽과 미국 등이 그랬듯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도록 근로시간제도를 유연하게 만들고 급여제도는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연공급을 직무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시장제도 개선에 대해 여성운동단체들은 외면하며 오히려 노동계의 반대에 힘을 실어주었고, 여성가족부는 여성에 불리한 노동제도를 바꾸는 정책은 꺼내지도 않았다.
가족정책은 여성가족부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빈약하다. 여성가족만 챙긴다는 것인지 출산 촉진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저출산은 모든 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보니 정상적인 국가라면 가족정책은 출산장려에 주안점을 둔다. 노르웨이 등은 출산율(1.7명)이 떨어지자, 정부가 '우리는 아이가 필요하다!'며 가족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초저출산(0.8명)으로 인구 소멸로 사라지는 1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침묵했다. 출산율을 높인다고 예산을 작년에만 46조원, 지난 15년간 225조원을 투입했지만 계속 하락해왔다. 이런데도 여성가족부의 가족정책은 다문화 가족 지원 등에 방점을 두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여성정책은 물론 가족정책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정상화의 핵심은 사회 신뢰를 높이는데 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출산을 촉진하도록 여성정책과 가족정책을 바꾸려면 노동시장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노르웨이 등 북부 유럽의 경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올라가면서 출산율이 감소했지만, 노동시장제도를 유연화함으로써 공정성을 제고해 노동시장 참여율과 출산율이 모두 올라가도록 만들었다.
가족정책은 더욱 그렇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경우 사회 신뢰가 1% 올라가면 출산율이 0.0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특히 2030세대가 더 심각해지면서 출산율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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