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놓고 정부-업계 대립
한돈 농가들이 정부가 개정을 예고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축산업을 말살하는 과잉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한돈협회는 27일 '축산농가 총궐기 대회'를 열어 일부 개정안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일부 과한 부분이 있다면 협의로 조정할 수 있지만, 가축전염병 대비를 위해 필요한 개정이라는 입장이다.
25일 대한한돈협회(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방역 규정을 위반한 농가에 계도, 벌금 부과 등 사전 조치 없이 바로 사육을 제한하고 폐쇄 명령 조치할 수 있게 하고, 8대 방역시설 전국 의무화 방침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농가 협의 없이 기습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11일 입법 예고한 '가축 전염병 예방법(가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가축 전염병 발생 시 이동 제한, 죽은 가축 신고, 가축예방접종 실시 등 위반 사항으로 과태료 혹은 처벌을 받은 경우 제19조에 따라 사육 제한·시설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시행하기 위해 세부 절차와 기준을 시행령으로 마련한 것이다.
시행규칙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재 중점방역관리지구에 적용하는 8대 방역시설(내·외부 울타리, 입·출하대, 방역실, 전실, 물품반입창고, 방조·방충망, 축산 관련 폐기물관리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게 하는 내용이다.
협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은 "지자체의 자율적인 행정처분 권한 침해"이며 "생업 포기 수준의 행정처분 신설은 명백한 이중규제,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했다.
8대 방역시설 설치는 "(농식품부에)소규모·고령화 농가 현실을 고려해 자율설치를 요구했었다"며 "과태료 강화,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 축산차량 농장 진입제한 등 규제 강화 일색의 법령개정에 혈안이 되어 있다. 가축전염병 예방을 빌미로 사육두수 감축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계도나 벌금 부과 없이 사육을 제한하거나 폐쇄명령 조치'를 한다는 협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가전법 위반으로 여러 차례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형사 처벌을 받았는데도, 해당 사항이 개선되지 않은 경우 시행령에 따른 처분을 받는다. 실질적으로 가축전염병 발생했고, 발생시켰다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을 보면 가축 농가의 단순 과실로 과태료를 받아도 사육제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1회, 3개월 사육제한 조치도 농가는 1년 이상 회복이 어렵게 된다. 이는 과도한 처벌"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농가의 사소한 잘못에도 과태료 처분에 이어 사육제한 조치를 실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이민호기자 lm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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