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위하고' 이어 재직자용 '나하고' 양축
근로기준법 개정 인한 中企 부담 해소 지원
플랫폼 외부에 개방 시너지 생태계 만들 것
1분기중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 신청 계획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SW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 도약… 기업 넘어 직장인까지 품는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1/2022012802100831650002[1].jpg?var=1610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SW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 도약… 기업 넘어 직장인까지 품는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
더존비즈온은 SW(소프트웨어) 불모지로 꼽히는 한국에서 거대한 산맥을 일궈낸 기업이다. 2003년 설립된 더존다스에 뿌리를 둔 회사는 지난 20년간 코리아 SW산업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었다. 2020년 국내 SW 기업 최초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고 임직원 160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세무회계 솔루션, ERP(전사적자원관리), 그룹웨어 등 패키지SW를 판매하던 더존비즈온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방식을 바꾼 데 이어 2019년 기업용 비즈니스 플랫폼 '위하고'를 선보이며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올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난 17일 기업 재직자용 모바일 플랫폼 '나하고'를 내놓으며 기업과 직장인을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영토를 넓혔다. 수십년간 쌓은 솔루션 경쟁력과 데이터를 토대로 SW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작한 것.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는 "한국에서도 세일즈포스나 마이크로소프트같이 탄탄한 고객 기반을 둔 SW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회사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모든 기업들이 해외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우리가 만든 플랫폼 위에서 비즈니스와 혁신을 하도록 진화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패키지SW에서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패키지SW를 CD나 플로피디스크에 담아 판매하던 더존비즈온은 성장과 기술발전 속에 변화를 거듭해 왔다. 세무회계사무소를 통해 더존의 솔루션을 경험하던 기업들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ERP와 그룹웨어로 제품을 확장했다. 그러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IT 소비방식을 바꿀 것이란 판단 하에 2006년부터 클라우드 시대를 준비했다.
송 대표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IT에 직접 투자해서 혁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들 대신 우리가 투자해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전략 하에 2006년 데이터센터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2010년 1월 강원도 춘천 강촌에 데이터센터를 오픈했다. 다음해인 2011년 1월에는 본사도 옮겨 강촌시대를 열었다.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SaaS(SW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클라우드, 데이터란 기회를 열다= 송 대표는 "이전에는 고객이 SW를 구매해 설치하고 백업까지 직접 하다 보니 바이러스 감염, 데이터 소실 등 문제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우리가 모든 서비스를 해주니 기업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더존비즈온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산업현장의 살아있는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한 것.
송 대표는 "고객들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각 기업의 데이터를 식별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패턴 학습을 하고 분석하고 AI(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업무 자동화가 가능해지고 기업평가, 대출 등 연계 서비스가 탄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나아가 직장인 플랫폼으로= 여기에다 그룹웨어 도입이 늘면서 기업 회계나 인사 담당자뿐 아니라 수많은 재직자들이 생태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존비즈온은 2015년 9월 플랫폼사업조직을 신설하고 준비작업을 거쳐 2019년 위하고 플랫폼을 내놨다. 그러면서 기업뿐 아니라 직장인을 위한 서비스를 고민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11월 19일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이 변곡점이 됐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주는 업종, 규모,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급여(임금)명세서에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여기에는 총 근로일수, 근로시간,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 등은 물론 급여 구성 항목, 계산방법, 공제내역 등이 포함된다. 급여 지급일, 급여 총액, 근로자 생년월일 등의 정보도 필수 기재사항에 포함됐다. 각종 수당과 식대 등 모든 항목을 구분하고 금액도 따로 기재해야 한다.
근로자의 근로시간 확인·관리 등 급여명세서 교부에 필요한 관리 시스템을 갖추기 힘을 뿐 아니라 복잡한 항목과 기재 내용에 따른 부담도 상당하다. 특히, 자체적인 회계시스템이나 회계 조직을 갖추지 못해 세무회계사무소에 업무를 위임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어려움이 많다. 교부 의무를 위반한 기업에는 과태료 처분이 가해진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기업 부담 커져=중소기업들이 바뀐 제도에 바로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존비즈온에 관련 문의가 이어졌다. 회사가 나하고를 서둘러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다. 작년 10월부터 나하고를 기획하고, 200명 가까운 개발자가 참여해 개발했다.
송 대표는 "위하고의 개발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2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개발할 수 있었다. 바뀐 제도 때문에 고객문의가 쏟아지는 데다, 연초 연말정산 수요가 많은 만큼 1월 출시를 밀어부쳤다"고 말했다.
이달 17일 서비스를 내놓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산업 현장의 절박함을 고려해 무료화를 결정했다. 서비스 이용 고객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나하고, 직원용 토털 서비스 제공= 나하고를 이용하면 급여명세서 교부, 근무시간·급여관리뿐 아니라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 관리도 가능하다. 근무시간 기록은 급여관리 SW로 자동 연동된다.
더존비즈온은 위하고뿐 아니라 나하고 브랜드 명을 정하는 과정에도 내부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송 대표는 "위하고가 회사를 위하고 '우리'라는 느낌이라면, 나하고는 재직자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면서 "나하고를 통해 직원과 기업이 연결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려 한다. 수많은 고객이 플랫폼에 합류하면 다양한 가능성과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하고 무료 버전 '위하고 라이트' 2월 출시"= 회사는 나하고를 내놓으면서 위하고 사업전략도 일대 변화를 가했다. 먼저 세무회계사무소에 세무·회계 등을 위임하는 기업을 위한 경영관리 솔루션인 '위하고 티 엣지'를 19일부터 무료화했다. 티 엣지에는 급여명세서 작성·교부, 매출관리, 신용카드 관리, 통장관리, 기업용 메신저 등 경영관리 솔루션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다 세무회계법인과 상관 없이 쓸 수 있는 '위하고 라이트'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송 대표는 "세무회계법인에 업무를 위임하는 기업들을 위한 '위하고 티 엣지'를 무료화한 데 이어 세무법인과 연결되지 않고 쓸 수 있는 '위하고 라이트' 버전을 2월중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무회계법인을 통해 더존비즈온과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던 수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서비스 이용자로 바뀜을 의미한다. 그들 기업의 재직자들도 나하고 생태계로 들어오게 된다. 위하고 라이트를 쓰는 기업이 직원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나하고를 쓸 수 있다. 위하고 라이트는 설 연휴 직후 선보일 예정이다.
송 대표는 "가입자 증가율이 생각보다 빠르다. 국세 전자신고를 하는 기업의 86%가 우리 SW를 쓰는 만큼 직·간접적인 기업고객이 수백만 곳에 달한다. 또 기업 재직자들은 우리 SW를 통해 급여를 받는다. 그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소통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무료화와 개방전략으로 성장폭 키운다= 회사가 무료화 전략을 내놓은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특히 외부 솔루션 기업들이 플랫폼 위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펼 계획이다.
송 대표는 "지금까지 위하고에서는 더존 솔루션만 연결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외부에 개방할 계획"이라면서 "우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제3자 기업들이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더존비즈온, 솔루션 기업, 고객 모두가 혜택을 보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켓플레이스 방식보다 견고하게 연결되는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연계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며 "사전 인증절차 등 거쳐 연결기업을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안정적인 협업체계를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빅데이터 분석, 금융, 대출 등 연계 사업도 펼치고 있다. 위하고 라이트를 통해 기업 데이터가 늘어나고, 나하고를 통해 직장인 데이터까지 더해지면 폭발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송 대표는 "플랫폼 사업 만 3년이 된 올해 목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키고 MAU(월이용자수)를 높이는 것"이라며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니 이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직장인 대상 서비스 확장 계획= 더존비즈온은 급여·연말정산 등의 기능에 더해 금융, 교육, 관광 등 직장인들을 위한 서비스들을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개인 동의를 거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추진한다.
송 대표는 "이미 개인정보 결합기관으로 지정됐고, 마이데이터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금융 마이데이터와 일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모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저 1분기 중 금융위원회에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 신정을 할 계획이다. 개인의 동의를 거쳐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명화된 데이터를 결합하거나 비식별화함으로써 혁신적인 예측과 모델을 개발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회사는 기업정보조회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기업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송 대표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다른 기업의 데이터를 잘 연계하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사업 협력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SW를 사서 쓰는 게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더존비즈온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 대상 온라인 교육과 마케팅을 전개해 변화를 도울 계획이다. 단체, 협회 등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송 대표는 "그동안 비용문제 때문에 주저했던 중소기업들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업과 직장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플랫폼에 담겠다"면서 "위하고는 우리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반으로 성장했고, 여기에 금융, 데이터 등 여러 비즈니스를 연결해 가겠다"고 말했다.
◇데이터에서 가치를 만들다= 더존비즈온은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관련 기관·기업들과 협업해 중견·중소기업 데이터 포털을 구축,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곳들이 데이터를 구독하고 분석할 수 있게 서비스한다. 포털에서는 개발자들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SW를 개발하는 환경도 제공한다. 송 대표는 "AI도 디지털 혁신도 데이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의료AI 스타트업만 해도 지금까지 데이터를 얻기 위해 병원 등을 따로 만나야 했는데 플랫폼에서 이를 지원하니 혁신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회사가 신사업으로 키우는 매출채권 팩토링도 데이터 덕분에 가능했다. 매출채권팩토링은 기업간 물품·용역 거래에서 발생한 세금계산서(매출채권)를 더존비즈온의 회계데이터를 가공한 신용정보를 활용해 금융기관에서 일정 할인율로 매입해 주는 서비스다. 판매기업은 채권관리 부담 없이 판매대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고, 구매기업 역시 일정기간 구매대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어 이득이다. 중소기업간 거래 시 약속어음이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로 지급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금운용 사정이 악화되기 일쑤인데, 매출채권팩토링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다. 더존비즈온의 매출채권팩토링 서비스는 현재 250개 이상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송 대표는 "데이터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인텔리전스와 인사이트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SW에도 이들 담아서 기업들이 경영을 더 잘 하도록 돕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면서 "데이터와 플랫폼이 가진 잠재력을 120% 끌어올려 혁신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외부에도 오픈해 한국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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