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강대국의 국익 추구와 우크라의 눈물](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0702102269061001[1].jpg?var=5942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강대국의 국익 추구와 우크라의 눈물")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이었다.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요청한 나토 가입을 빌미로 삼았다. 냉전시대 만들어진 집단방어체제인 나토는 개별 회원국가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가에 대한 전쟁으로 간주해왔다. 미국 역시 회원국으로 전쟁에 자동 개입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에게 나토 가입은 국가 생존과 영토 보존을 위한 절실한 선택이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면 서방의 반(反)러시아 기지가 될 수 있다며 미리 군사행동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두고서도 갈등을 빚어왔다. 육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어 있었다. 러시아는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40% 이상을 공급해 왔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연간 수조원의 통행수입과 함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볼모로 군사적 안전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발트해를 이용, 러시아로부터 독일까지 연결되는 수중 파이프라인인 '노르트 스트림2'(Nord Stream2)가 완공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러시아가 여차하면 육로 파이프라인의 이용을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에너지 공급을 빌미로 한 러시아의 서유럽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면서 그동안 우크라이나 편을 들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경제 및 외교전쟁에 돌입했다. 군사적 개입은 자칫 핵전쟁을 포함하는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먼저 영국, 유럽연합과 함께 자국민들로 하여금 러시아 중앙은행과 어떠한 거래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5일에는 신용카드업체인 비자 및 마스터카드가 러시아 영업중단을 선언하면서 해외에서 발행한 비자 및 마스터카드의 러시아내 사용이 금지되었다. 또 오는 12일부터는 러시아의 7개 은행에 대해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 접근도 차단된다. 국제 금융거래와 무역거래에서 배제되면 러시아의 모든 교역이 사실상 큰 곤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은 우방국들에게 러시아 수출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와 일본, 대만, 싱가포르는 지난달 22일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독일 역시 100억유로(약 13조3866억원)를 들여 완공한 '노르트 스트림2'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경제제재에 머뭇거리자 미국은 가차없이 역외통제(FDPR) 면제 대상국에서 제외시켰다. 미국이 통제대상으로 정한 기술을 사용하는 물품의 수출 여부를 미국 상무부의 허락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후 뒤늦게 경제제재 동참의사를 밝히자 지난 4일 FDPR에서 구제했다.
군사작전이 아닌 경제제재이지만 역시 전쟁은 전쟁이다. 여기에는 아군과 적군만이 존재한다. 균형외교, 전략적 모호성 등은 설 자리가 없다. 미국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러시아를 편들 것이냐의 선택을 강요한다. 대열에서 이탈하면 아무리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가차 없는 응징을 하는 것이 바로 전쟁의 비정함이다.
현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정치지도자의 역량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요인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나토를 동쪽으로 확대해온 서방과 이에 위협을 느끼는 러시아간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120만명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해외로 탈출했으나 4200만명의 국민들은 여전히 전쟁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또한 세계 4대 강국의 이해가 맞물리는 한반도에서 유사시 동맹국이 자동 참전하는 장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그런 의미에서 주한미군 주둔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같다. 오는 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념과 당파를 떠나 국익과 국민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 외교를 국내 정치에 종속시키거나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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