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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칼럼] 내로남불과 `바담 풍`

   
입력 2022-03-28 18:29

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칼럼] 내로남불과 `바담 풍`
'나는 바담 풍(風)해도 너는 바람 풍(風)해라'는 속담이 있다. 옛날 한 서당의 훈장이 혀가 짧아 '바람'을 '바담'이라고 발음하면서도 제자들에게는 '바람'으로 발음해야 한다고 가르친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자기는 그르게 행동하면서 남에게는 옳게 행동하라는 위선을 풍자하는 속담이다.


'내로남불'을 자기가 과거에 했던 훌륭한 말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무조건 정당하다고 우기고 남이 하는 행동은 무조건 그르다고 비판하는 몰염치의 행태라고 정의한다면,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의 행태에 내로남불이라는 트레이드마크를 붙여주어도 지나침은 없다. 속담에 등장하는 서당훈장은 그래도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바르게 가르치려고 애쓰는 흔적이 엿보이지만 내로남불은 수치심 없는 '근거없는 자신감'만 넘치고 있어 훨씬 더 파괴적이다.
이제 문 정권의 내로남불 5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기치를 내세우는 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면서 국민을 통합하겠다고 멋있는 말을 하자 국민의 지지율이 한때 80%를 넘기기도 하였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문 대통령 재임 5년 내내 유행어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더구나 이 단어가 세계적인 유명 시사지 표지에 우리말 발음 그대로 영어로 표기되는 등 우리말 세계화에 공헌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 정권에서의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자기편의 사람이었음이 곧 판명되었다. 국민들은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집 있는 자와 없는 자 등으로 편가르기 당하면서 자기편만을 위하여 난무하는 정책들의 처참한 실패를 지켜보아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실패의 근본원인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하고 시장에 간섭하면서 시장의 작동을 막은 데에 있다.문 정권이 손을 댈 때마다 국민의 삶의 질은 번듯한 말과는 달리 크게 악화되어 왔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였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재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계층의 소득을 보전하다보니 국민의 세금만으로는 부족하여 국가부채가 국민총생산액의 50%를 넘어섰다. 우리의 자녀들이 꼼짝없이 부담하게 생겼는데도 야당시절 40%를 넘으면 안 된다고 호통을 치던 문 대통령이 이제는 60%도 괜찮다며 나라 빚을 더 늘려야한다고 태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지난 정권의 공공기관 낙하산인사를 혹독하게 비판하더니 그보다 훨씬 심한 낙하산인사를 자행하였고 심지어는 새 정권이 결정되었음에도 소위 '알박기 인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부동산정책 역시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하고 세금 규제만 일삼다가 집값을 2배 이상 급등시켰다. 집 없는 국민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난민수준으로 추락되는 와중에도 권력 주변에서는 '관사 테크'라는 신개념의 재개발 투기, 대장동을 비롯한 각종 신도시 개발 투기 등이 만연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산업을 몰락시키더니 정권 말기에 원전을 주력산업이라고 주장하는 가증스러움마저 보이고 있다. 호기롭게 자랑하던 K-방역은 온데간데 없고 온 천지에 환자만 즐비하다.

오죽하면 대표적 진보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조차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 이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할 정도이다. 어느덧 우리나라는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지켜왔던 가치관이 기초부터 송두리채 파괴되어 미래 성장동력이 상실된 나라이다.

이러한 나라를 만들어놓고는 이제 떠나야 할 정권이 '청와대 이전,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겠다고 하자 느닷없이 안보, 비용을 들면서 반대하고 있다. 재임 중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우리 국민이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총살당해도 내버려둔 정권이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여 국가부채를 위기수준까지 끌어올린 정권이 반대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공약은 역대 대통령이 구중궁궐 청와대에 갇혀 국민과 괴리되고 소통이 안 되는 비극을 시정하고 국민 편으로 다가 가겠다는 의미에서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내걸었다가 실천하지 못한 공약이기도 하다. 혹시 내가 못한 일을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반대한다면 이는 악성으로 변이된 내로남불이다. 바람 풍을 바담 풍으로 우기는 내로남불이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일을 보고 싶은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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