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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칼럼]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 이제 그만하자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2-04-10 09:23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前여성변호사회 회장


[이은경 칼럼]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 이제 그만하자
요새 대한민국은 'MZ 세대'로 불리는 2030 청년들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작년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이 '이대남' 쟁탈전을 시작하더니 올해 대선은 아예 '이대녀, 이대남' 대결 양상까지 띠었다. 꽤 치열했다. 그런데, 막판에 응징 투표로 작동했다는 20대 여성들이 딱히 민주당 지지자들도 아니었다고 한다. 정치권의 성별 갈등 조장에 반발해 갑자기 표심이 쏠렸단 분석이다. '남녀 갈라치기 프로파간다'였다는 혹독한 비판이 뒤따랐다.


더 유감스러운 건 '이대남, 이대녀'를 남녀갈등의 대표어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언론은 청년들의 갈등이 단지 심각한 정도를 넘어 전쟁으로 치달을 거란 전망까지 내놓는다. 20대 남성들이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마이너 멘털리티를 갖고 있고,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도 크다는 거다. 과연 그런가?
사실 '이대남, 이대녀'로 불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극소수다. 오히려 성별 하나로 다른 부류 인간인 듯 유형화하는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크다. '이대남' 용어를 내걸어 20대 남성들이 안티 페미니즘의 상징인양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페미니즘은 종류나 형태가 워낙 다양하다. 그냥 통으로 묶어 '페미니즘 찬반'을 논하는 건 옳지 않다. 페니미즘 내에서도 자유주의부터 사회주의, 급진주의까지 범주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장이 다양하고, 남과 여의 구분을 더 뚜렷이 할 건지, 아예 제3의 성을 도입해 구분 자체를 없애 버릴 건지 의견도 분분하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이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페미니즘'을 통틀어 찍어 내리는 경향이 생겼고, 우리 귀에 '페미니스트'란 말이 부정적 의미로 들리기 시작했다. '양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갖는다'는 근본 취지는 아랑곳없이 말이다. 남녀갈등의 골이 깊다는 이유로 혹여 시대를 역행하는 건 아닌지 좀 불편한 생각도 든다.

하여튼 지금도 우리 사회는 '이대녀, 이대남' 프레임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고, 'MZ 세대' 유형화도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 디지털 환경이 '여성 혐오', '남성 혐오'를 부추기고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비난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까지 생겼다. 서로를 향한 분노만 증폭할 뿐, 2030 세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미 '이대남, 이대녀' 용어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팽배하다.


이젠 "MZ세대는 이렇다" "이대녀는 이렇고, 이대남은 이렇다"는 걸 반복해 말하는 걸 좀 자제해야 할 듯하다. 다수 의견을 추종하는 모방심리,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동조현상까지 작동해 '갈등과 분열'만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은 갈라지고 쪼개진 게 너무 많다. 혹여 '만인의 만인에 대한 미움 사회'로 가는 건 아닌지 두려운 마음조차 들 정도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매체들도 특정 세대나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해 사람의 관심을 끌고 분노를 동원해 온 걸 깊이 자성해야 한다.

청년들은 'MZ 세대' '이대남, 이대녀' 타이틀 없이 얼마든지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최근에 2030 세대의 발랄한 개성이 몰각해 버린 듯 보이는 건 깊이 고민할 문제다. 대중 매체들이 선전하는 정체성을 알게 모르게 강요당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도 진영, 지역, 세대, 남녀를 초월해 '가치'를 중심으로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릴 순 없다. 이제부터라도 '세대별 특징짓기' 또는 '이분법 대결구도'를 지양하고, 다양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정치권은 구호만 국민통합을 외치고 자리만 나눠줄 게 아니다. 아예 '편 가르기'를 터부시하는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제발 여야 모두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이분법 전략으로 국민을 갈라놓는 정치는 그만하길 바란다.

곧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는 '이대녀, 이대남' 프레임을 사용하지 말고 남녀갈등 해소, 양성평등 구현을 위한 보다 건설적인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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