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차기 정부의 부메랑 장관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1802102269061002[1].jpg?var=3503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차기 정부의 부메랑 장관들")
인수위원회측은 "칸막이 없는 전문성과 능력을 고려한 인선"이라며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전문성을 가진, 실수하지 않는, 아마추어가 아닌 인재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마디로 '올드 보이들'(Old boys)의 귀환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덕수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선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다른 장관들도 대부분 지난 5~10년 현업에서 떠났다가 돌아온 부메랑(Boomerang) 인사들이다. 신선함도 기대감도 그리 생기지 않는다. 새롭게 출발하는 윤 정부에서 과거 인물로 회귀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인물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념적 궤를 달리하는 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는 듯 하다.
지난 202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에서 발표한 '부메랑 CEO'에 대한 논문은 매우 시사적이다. 논문은 1992년부터 2017년까지 미 주요기업 1500곳의 6429명 CEO의 실적을 부메랑 CEO와 부메랑이 아닌 CEO로 나눠서 비교했다. 부메랑CEO는 과거 CEO를 역임하고 1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회사로 돌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나 새로운 사업을 의욕적으로 시작할 때 선택받았다. 문재인 시대와 차별화를 꾀하는 윤석열 당선자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 이들 부메랑 CEO는 과거 근무경험이 있기에 적응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상황 파악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부메랑 CEO들의 성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흔히들 스티브 잡스(애플)나 하워드 슐츠(스타벅스)처럼 부메랑 CEO들이 엄청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잡스나 슐츠는 극히 예외적인 존재였다. 일반적으로 부메랑 CEO들은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다. 평균 주가로 보자면 자신의 첫 CEO 기간보다 10.1% 포인트 빠졌다. 부메랑이 아닌 CEO들과 비교해도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 재임시절과 달리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기호, 경쟁업체, 공급업체 등 외부환경이 다 바뀌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과거의 경험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과거 자신의 성공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국 그들의 과거 CEO 경험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더 큰 문제는 돌아온 CEO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새로운 변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익숙함만을 반복할 뿐이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 정책, 남북관계 등 현 정부에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정책은 거의 실패했다. 그렇다고 문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며 5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인수위원회가 밝힌, "실수하지 않는 전문성"이란 철저함을 의미해야지 개혁을 기피하는 것을 지칭해서는 안된다.
부메랑 CEO는 회사가 새로운 CEO를 찾는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적절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서 과거 익숙했던 존재를 되돌아본 것이다. 윤 당선자와 인수위원회가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참신한 사람을 추천받지도, 내부 승진 등 새로운 인재에 대한 믿음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과거 사람들이 대거 중용되었다. 그나마 새로운 얼굴들은 윤 당선자의 지인들로 채워졌다. 결과적으로 연령대와 학력, 출신 지역, 성장 배경, 정치적 성향 등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집단이 되었다. 이는 자칫 획일적인 집단사고에 머물 가능성을 높인다.
'올드 보이'로 채워진 장관 후보자들이 과연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있을까. 그들이 살아온 궤적과 도덕성이 구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한덕수 총리 지명자와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최근 언론의 지적은 절대 가볍지 않다. 벌써부터 국민들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도덕성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낙마 시점보다 더 깨끗해져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국민들이 원하는 '공정과 상식'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