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칼럼] 서로 속아주는 품앗이 검수완박](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2702102269660002[1].jpg?var=3342 "[이규화 칼럼] 서로 속아주는 품앗이 검수완박")
검수완박을 결사 저지하겠다고 벼르던 국힘이 갑자기 검수완박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은 충격적이었다. 거대 여당의 표결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부패와 경제 범죄에 대해서는 1년여 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지 않느냐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박탈을 막은 건 잘한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소가 웃을 일이다. 그 반증이 여야 합의안이 알려진 직후 국힘에 빗발친 비판들이다.
민주당 강경파와 친문, '개딸'(이재명 지지자)을 제외하곤 찬성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검수완박이 문제인 것은 '꿩(권력층 범죄) 잡는 매(검사)'의 날개를 떼어내려 하기 때문이다. 꿩 잡는 매를 반신술수로 만들면 좋아할 건 꿩이다. 매사냥꾼이 매를 어르는 이유는 예뻐서라기보다 꿩을 잘 잡으라는 목적에서다. 국민이 검사로부터 수사권을 뺏지 말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그들을 이용해 나라곳간 도적, 사기, 부정선거 범죄자들을 잡는 한편 범죄 예방효과를 위해서다.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비리가 꼬이고 전횡한다는 것이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표면적인 이유다. 그런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긍정적 기능에 비할 바 아니다. 비리와 권력남용은 부차적인 것이다. 벼룩 잡겠다고 초가를 태울 수는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형사사법체계에 정답은 없다. 나라마다 최적의 제도를 만들면 그만이다. 우리가 70년 시행해온 현 제도는 부작용은 있으나 자리가 잡혔다. 부작용을 고쳐나가면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제도를 완전히 전복시키려 한다. 진짜 이유가 궁금해진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제기한 것은 한 달도 안 됐다. 정권이양 전에 법제화를 끝내야 한다고 서두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관련한 검찰 수사다.
중재안이 강행 처리돼 오는 9월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되면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고리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놓아야 한다. 이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 실세들의 각종 비리 의혹 수사도 할 수 없다. 수사 대상자나 피의자들은 만세를 부를 일이다. 민주당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시한은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이니 급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이런 속내는 국힘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막아야 했는데 갑자기 표변해 같은 배를 탔다. 국힘의 속내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힘 지도부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합의안에 모두 동의했다. 그래놓고 국민 여론이 비등하자 부랴부랴 재논의를 주장한다. 특히 윤 당선인의 태도가 모호하다. 오가다 자청해 기자들과 대화하던 모습이었는데, 검수완박 만큼은 한 번도 직접 언론에 발언한 적 없다. 대변인과 비서실장을 통해 반대에 변함이 없다는 정도였다. 작년 총장직을 박차고 나올 때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부패 천국을 만들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큰 온도차다. 납득이 쉽게 안 간다. 국민들은 헷갈린다.
신구권력 모두 검찰의 예봉이 싫은 거다. 곰곰 주판알을 튕겨보니 자기들한테는 좋은 거다. 그러나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이 있다. 민주당은 과거 죗값 안 치르려다 미래 여당에 좋은 일만 만들어주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국힘도 못 이기는 척하며 합의한 속내를 국민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서로 속아주는 품앗이 검수완박, 국민 눈 잠시 가릴 순 있어도 영원히는 못 가린다. 만약 이번에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바로 개정안을 내야 할 것이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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